‘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하지만 어떤 교육정책도 목표한 최상의 결과와 완전한 만족, 100%의 성취를 거두는 데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정책의 열매를 얻기 위해 100년을 두고 보아야 할 만큼 어느 나라나 교육 문제에 단기 정답은 없다는 의미다.
올 들어 호주 교육계가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연방 정부가 교육의 질을 높인다는 명목 하에 전국 초·중·고교의 수준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전대미문의 웹사이트를 개설한 지 만 4개월로 접어든 지금까지 일선 교사들의 거센 반발이 좀체 수그러들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난 1월 말 가동된 웹사이트 ‘마이 스쿨(myschool.edu.au)’은 전국 1만개 학교의 학력(어학·수학 기준) 평가를 비롯해 학생과 교사 수, 출석율과 졸업율, 수상경력 등 학교별 수준 및 학교 간 순위를 파악할 수 있는 기초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학생 개인 성적과 수업태도, 품행 등도 공개되는 등 학교와 학생들에 관한 모든 정보를 소상하게 기록한 현대적 의미의 공개 생활 기록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는 ‘마이 스쿨’을 통해 개별 학교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원 및 인적 지원을 위한 객관적 기준을 마련하고 학교와 학생 간에는 선의의 경쟁을 도모해 호주 전체의 학력 수준을 향상시키게 될 것이라며 웹사이트 개설 취지를 밝혔다.
그러나 학교 순위와 학생들의 개별 성적이 무차별적으로 공개되면 학교간 경쟁심과 학력 관리의 파행을 부추기는 결과를 비롯해 성적이 낮은 학생들은 열등생으로 스스로를 낙인찍는 정체성과 관련된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로 웹사이트가 가동된 이래 전국 평가고사를 앞두고 답안지가 미리 유출된 학교가 적발되는 사례가 있었는가 하면, 전국 100대 순위에 속하는 학교가 표면화됨으로써 학교별 스트레스는 더욱 가중되고 교사들의 압박감도 크게 늘었다. 전국평가고사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학생들에게 시험 요령을 주입하는 등, 관심은 말초적인 단계에 쏠리고 있다.
그런가하면 웹사이트 개설 이후 원주민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와 학력수준이 비원주민 학생들에 비해 6년이나 뒤지는 것이 확인됐지만 정부가 어느 수준에서 지원이나 개선책을 마련할 수 있을지는 대책이 확실하지 않다는 비난도 들린다. 원주민 학생들의 40%가 최저학력에 미지치 못하며 원주민 밀집 지역의 학력 저하 수준은 단기 처방으로 관리될 상황이 아니라는 비난조의 여론에도 직면하고 있다.
한편 ‘마이 스쿨’ 개설은 공무원 신분으로서 실직의 불안이 없는 공립학교 교사들의 안일한 태도와 태만한 학사관리를 경계코자 하는 것이 원래 취지라는 일각의 소리도 들린다. 사립학교나 기독교 등 종교단체가 설립한 학교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학력차가 벌어지는 공립학교의 학력 저하 현상에 대한 책임을 교사에게 묻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해석이다.
지난 4개월간 입장에 따라 풀이를 달리하며 이런저런 잡음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5월에는 웹사이트 폐지를 주장하는 교육 노조 측이 급기야 전국학력평가고사의 시험 감독을 거부하겠다고 맞서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에 2천 명의 시험 감독자를 구해야 하는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 호주 교육부는 워킹 홀리데이 비자 소지자나 백패커(배낭 여행객)까지 동원하여 시험을 감독시키겠다고 맞서고 있다. 교육부는 하루 5시간, 한국 돈으로 2만원을 지급키로 하고 일간 신문에 시험 감독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함으로써 교사들의 감독 거부로 1억 호주 달러의 경비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어쨌거나 NSW 주내 20% 학교는 시험 감독관 없이 시험을 치러야 할 것으로 상황을 맞았다. 교육부는 시험 감독을 거부하거나 묵인하는 학교장과 교사들은 해고 등 중징계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그 간의 잡음을 묵묵히 지켜보던 학부모들도 외부인까지 끌어들여 자녀들이 시험을 치르게 하고 싶지는 않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마이 스쿨’ 개설 이후 호주 교육계는 연일 파문과 논란 속에 휩싸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