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2024.11.16 (토)

  • 맑음동두천 10.9℃
  • 구름많음강릉 16.0℃
  • 맑음서울 14.0℃
  • 맑음대전 13.2℃
  • 맑음대구 13.6℃
  • 구름많음울산 17.4℃
  • 맑음광주 14.1℃
  • 맑음부산 19.2℃
  • 맑음고창 11.3℃
  • 맑음제주 19.9℃
  • 맑음강화 12.4℃
  • 맑음보은 11.3℃
  • 구름조금금산 7.5℃
  • 맑음강진군 15.9℃
  • 구름조금경주시 14.7℃
  • 맑음거제 17.0℃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국제

전면급식보다 ‘건강한 식단’에 무게

‘정크푸트’ 위주 급식으로 학생·학부모 불만 높아
예산 없이 학교에 책임 넘겨 급식업자 횡포 무방비

6·2 지방 선거에서 야당이 선거전략 전면에 내걸었던 ‘무상급식 전면 확대’는 충분한 토론도 거치지 못한 채, 엉뚱한 ‘심판론’으로 압승을 한 모양새다. 과정이야 어떠했던 야당은 압승을 했고, ‘학교급식’ 문제는 야당의 선거공약이었기에 어떤 형태로든 변화가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무상급식도 ‘왜 해야 되는가’하는 문제는 토론을 했지만, ‘어떻게 하겠다’는 토론은 없었다. 이번 기사에서는 ‘어떻게’라는 관점에서 영국의 상황을 전해 보기로 한다.



영국의 학교 운영위원회 회의석상에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것 중의 하나가 학교급식 문제다. 단조로운 학교급식에 질린 아이들은 집에 가서 맛있는 도시락을 싸 달라고 투정을 한다. 도시락 싸기가 버거운 어머니들은 ‘학교급식’의 질에 대해서 불만을 토로한다. 그러면 학교는 급식업자들에게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질을 높이라고 압력을 가한다. 그러면 급식업자는 ‘단가 타령’을 한다.

영국의 교육부 예산에는 ‘학교 급식비’가 없다. 다시 말해, 아이들이 먹는 것은 정부의 ‘교육 행위’ 안에 들어 있지 않다. 급식비는 전액 부모들이 부담을 하고 있으며, 급식비를 부담하기 어려운 가정의 경우, 지방정부 ‘사회안전보장국’ 예산에서 보조해 준다. 주방이나 설비는 학교자산이기에 지방정부(지역 교육청)의 예산으로 만들어야하고 지방정부의 책임이다.

90년대 초반, 정부가 지방교육청이 가진 학교운영 권한을 학교로 이전시킬 때 학교급식문제도 함께 불거졌다. 당시엔 규모가 큰 중등학교에 주방을 만들어 놓고 거기서 조리를 하여 주변의 초등학교 몇 군데에 날라서 급식을 했다. 하지만 이런 지역은 그래도 나은 편에 속해, 전국 150개 교육청 중에 72%는 그마저도 없었으며, 대부분 샌드위치와 같은 ‘마른 음식’이나 ‘비조리 음식’을 제공했다.

따라서 대부분 지역청과 학교들은 주방이 없었으며, 학교마다 주방을 만들어야 될 상황이 생겼다. 설비를 위한 추가 예산은 지방정부(교육청)에도 없었고, 학교에도 없었다. 이때 일부 지역청들은 급식업자들과 5년~10년간 장기계약을 하고 주방 설비를 투자하도록 유도했다. 결국 학교는 그 ‘계약’에 묶여버렸고, 학교 급식에 불만이 발생했다고 해서 학교가 일방적으로 급식업자와의 계약을 파기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 계약에서 아이들이 강제로 학교급식을 먹어야 된다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으며, 학교 급식을 견제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은 학부모가 싸 주는 도시락이 된다. 극단적으로 모든 아이들이 도시락을 싸 오게 되면, 이 급식업자는 주방 설비 투자비를 잃게 되고 학교로부터 아무런 수익을 얻지 못하게 된다.

현재 학교급식을 먹는 아이들은 초·중등 평균 42%이다. 나머지는 도시락이나 매점의 군것질로 때운다. 단가에 초점을 맞추는 급식업자와 ‘일을 편하게’ 하려는 주방요원들에 의해 학교급식은 단조롭고 질리게 된다. 주방 요원은 학교 직원이 아니고 급식업자 파견 요원이다.



비용과 ‘편함’에 쪼들려 학교급식은 대체로 ‘정크 푸드’에 치중하여 5리터짜리 깡통에 든, 토마토케첩에 버무린 삶은 메주콩, 기름에 튀긴 냉동 치킨너겟, 냉동 감자칩 그리고 양상추나 토마토 오이 등을 썰어서 내어주는 샐러드, 바나나 반 조각 또는 사과 한 알 같은 과일이다.

이때 급식업자들을 대상으로 “너희들이 안 하려고 해서 그렇지 하려고만 하면 얼마든지 건강하고 맛있는 학교급식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며 학교급식에 돌풍을 일으킨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가 등장했다. 올리버는 급식업자들이 주는 한정된 돈에서 주방요원들이 쓰는 시간 안에 전혀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 냈다. 그의 ‘증거품’은 “너희들이 안 하려고 해서 그렇지 하려고만 하면 얼마든지 건강하고 맛있는 학교급식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웅변했다.(www.jamieoliver.com/school-dinners 참고)

영국의 학교 급식비용은 초등학교는 1.54파운드, 중등은 1.62파운드(약 3000원)이다. 이중 약 절반은 인건비로 사라지며 식자재 구입비는 약 1000원 정도에 불과하다. 그의 ‘요리사적인 정치적 어필’은 언론을 탔고, 당시 블레어 수상과의 독대까지 이끌어 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2억 9000만파운드(약 5800억원), 약 3000개 학교의 주방 설비 투자 약속을 받아냈다. 그리고 추가로 주방이 없는 3500개 학교 시설의 예산, 8000억원을 주문했다.

그가 일궈낸 또 하나의 업적은 ‘영국형 신토불이’였다. 학교급식 자재를 대형 유통업자를 통하지 않고 지역 농산물을 직접 학교에 공급하는 체제를 구축했다.

영국의 이런 열악한 조건에서 보자면 한국의 ‘급식 조건’은 아주 양호한 편이다. 학교마다 주방시설도 갖추어져 있고, 영양교사도 배치되어 있기에 아이들이 먹는 급식의 영양균형과 새로운 요리를 개발해 낼 수 있다. 영국의 물가와 급식비 3천원에 비교해보면 한국의 학교급식비, 한 끼 당 2500원은 결코 적지 않다. 더구나 영양교사의 인건비도 급식비에서 부담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여건이라면, 우리는 영국보다 훨씬 양질의 풍부한 학교급식을 제공할 수 있다.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