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첫 진보 성향의 교육수장인 곽노현 교육감이 12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제238회 교육위원회 임시회에서 각종 현안을 놓고 교육위원들과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두발자유와 체벌금지 등이 담긴 학생인권조례 제정과 보편적 무상급식 등 공약에 반대하는 일부 보수성향 교육위원의 질문과 비판이 쏟아지자 곽 교육감은 좀처럼 물러나지 않은 채 맞받아쳤다.
학생인권이 존중되는 행복한 학교를 실현하려면 인권조례 제정이 불가피하다며 민주적 협의와 조율을 통해 모든 일을 결정하겠다는 뜻을 고수한 것이다.
질문자로 나선 박찬구 위원은 단상에 오르자마자 "전교조와 교총 모두의 교육감이 되겠다고 해놓고 실제 취임준비위는 진보세력 일색이었다는 게 사실이냐"며 포문을 열었다.
이어 "전교조에 끌려 다니는 곽노현 당선자란 평이 나돌고 있다. 일부 청소년단체가 교원평가를 반대하는 건 전교조 교사들이 사주한 것 아니냐"며 공세를 이어갔다.
곽 교육감은 "취임준비위 인선은 전문성과 대표성에서 그다지 흠잡을 데가 없다고 자부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누구한테 끌려 다니거나 추종하며 산 적이 없는 사람이다. 서울교육의 대의를 위해 누구와도 손잡을 준비가 돼 있다"고 응수했다.
박 위원은 곽 교육감이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정식명칭이 아닌 '일제고사'로 지칭하는 건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곽 교육감은 "일제히 치는 시험은 다 일제고사라고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전국단위 수능시험도 일제고사라고 부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답했다.
전교조 척결을 외치며 지난 교육감 선거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신 이상진 위원은 노골적인 '색깔론' 공세를 폈다.
이 위원은 곽 교육감이 발표한 논문 가운데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의혹을 제기한 데 이어 "국가인권위 사무총장 시절 왜 남한만 비판하고 북한 인권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느냐"고 따져 물었다.
곽 교육감은 "주체적 선진화를 이뤄야 한다고 썼더니 그걸 주사파가 됐다고 하는 근거 없는 내용이다. 또 당시 기사를 보면 북한 인권 관련 활동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이 위원은 이에 지지 않고 "전교조 교사들이 학교현장에서 친북적 내용을 여과 없이 가르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부분에 교육감이 상당한 연관이 있을 수 있다"며 곽 교육감의 북한관을 물었고, 학생인권조례를 취소할 생각이 없느냐고 다시 따졌다.
곽 교육감은 회의 주제와 맞지 않는 부적절한 질문이라면서도 "북한처럼 폐쇄성과 경직성이 강하고 개인숭배가 제도화된 나라에서는 인권이 성립되기 힘들다"고 답했다.
이어 학생인권조례에 대해서는 "학생들을 사람 취급하자는 건데 그렇게 하지 말자는 데 동의할 분은 없지 않느냐"며 취소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위원이 "아들이 외고 갔다는데 학교 공부만으로 간 거냐, 학원에 가지 않았느냐"고 따지자 곽 교육감은 "잘은 모르지만, 학원은 다녔다"며 사교육을 받았음을 시인했다.
이날 임시회에서는 서울시의회가 예산심의과정에서 특정 학교에 예산을 몰아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곽 교육감은 "저도 답변 자료를 보고 놀랐다. 지난 4년간 어떻게 수십억의 예산 증액이 소수 사학법인에 집중됐는지 본격적으로 검토하겠다"며 학교별 예산 배분을 전면 재조정할 계획임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