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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보수-민자당 연합정부, ‘프리 스쿨’ 출범

지역주민 원하면 학교 설립 가능해져
‘공교육 정신 훼손’ 부작용 우려 논란

영국의회는 노동당과 보수당 양대 진영으로 나눠져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유형의 학교를 탄생시켰다. 80년대 보수당 정부에서는 ‘시티 테크놀로지 칼리지’라는 것을 만들었으며, 90년대 노동당 정부에서는 ‘아카데미’라는 것을 만들었다. 그리고 올해 5월에 출범한 보수-민자당 연합정부는 ‘프리 스쿨’을 출범시켰다.

이 세 가지 유형의 학교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징은 지역교육청의 통제로부터 독립되어 있으며, 국정교육과정 준수 규정으로부터 자유롭고, 학교운영권이 설립자에게 주어진다는 것이다. 학교 운영비는 전액 국고지원이며, 학생들은 무료교육을 받는다. 즉, 일반 공립학교보다는 훨씬 많은 자유를 보장받으면서 중앙의 교육부와 ‘직거래’를 하는 형태다. 이번에 신설되는 ‘프리 스쿨’이 이전의 새 유형 학교들과 다른 점은 이전 학교는 기존의 공립학교를 개조시키는 형태였지만 프리스쿨은 ‘신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정치에서 흥미로운 점은 정권이 바뀌면 그 정당의 지지층을 지원하는 교육정책도 민감하게 바뀐다는 것이다.

노동당이 출범시킨 ‘아카데미’는 노동당의 지지 기반인 취약지구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공립학교’를 대상으로, 연간 학교 지원비의 20년분에 해당하는, 약 400억원을 집중 투자하여 학교를 완전히 개조시키는 형태였다. 이러한 아카데미는 400개 설립이 목표였고, 현재까지 약 200여개가 설립되었으며, 진행 중이다. 한국으로 치면 각 시·군·구 단위에 하나씩 할당되는 꼴이다. 하지만 아카데미는 노동당 지지 기반인 취약지구에 집중되어 있고, 보수당 지지기반인 중산층 지역에는 드물다.

이번에 출범시킨 보수-민자당 연합정부가 만든 ‘프리스쿨’은 ‘필요로 하는 지역’이라고 그 범위를 설정했다. 다시 말해 경제적으로 취약한 지역에 한정하지 않고 ‘지역주민이 필요로 하다고 생각하면 어디든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프리스쿨의 또 하나의 특징은 아카데미 신설은 지역교육청의 ‘컨설팅’을 필요로 했지만, 프리스쿨은 그 조건이 없다. 이 ‘컨설팅’이라는 의미는 협의의 형태가 될 수도 있지만, 간섭의 형태로 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강력한 지역교육청의 경우, 적극적으로 간섭하면 아카데미 신설은 좌초된다. 따라서 프리 스쿨처럼 이 컨설팅 조건이 없어지면, 지역교육청의 간섭은 완전 배제할 수 있고, 학교설립은 한결 자유로워진다.

한국적 상황에서 보면 대안학교의 설립 인가 조건이 훨씬 느슨하고, 그 학교 운영비를 전액 정부가 지원하며, 학생으로부터는 일체의 징수금이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조건의 프리 스쿨은 앞으로 누가, 어떤 목적으로, 어떤 형태로 만들어지게 될까?

보수-민자 연합 정당이 지난 5월 총선에서 ‘질 높은 교육 수준과 교육 수요의 만족도 향상’을 교육정책 공약으로 내 걸었고, 그 정책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실체가 프리스쿨이다. 이것을 9월 신학기부터 추진을 목표로 하고 있기에 시간적으로 다소 서두르는 느낌이 있으며, 학생 모집 규정과 같은 세부적인 조건과 명료한 가이드라인이 명시되지 않은 채 ‘교육부와의 협의와 절충에 의해서’라고만 정해 놓고 현재 진행 중이다.

프리스쿨의 설립을 주관하고 컨설팅을 담당하는 ‘New School Network’에 게재된 현재 신청 협의 중인 사례들을 살펴보면 그 ‘성격’과 앞으로의 ‘향방’을 예측할 수 있다.

현재 신청 중인 지역은 영국 북부 사우스 요커셔의 데런 지역, 런던의 햄스티드, 햄머스미스와 풀햄 지역, 남동부의 서폭 지역, 그리고 중부의 버밍험 지역이다. 이중 버밍험 지역을 제외하면 모두 중산층 보수당 지지 지역이다.

두 번째 특징은 이들 지역의 학교 신설을 주도하는 사람들은 지역 학부모, 교장과 교사, 그리고 방과 후 교실을 경영하는 교육 사업자이다. 교육부는 40~50명 이상의 학부모 지지를 받으면 설립인가를 해준다는 명시하고 있다.

런던 햄스티드 지역은 학부모들 주체로 지역 교회의 별관을 이용해서 정원 50명의 초등학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사례들을 종합해 보면, 사학재단이나 기업 같이 상당한 자본금을 지원하는 주체가 없어도 설립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프리스쿨 정책을 비판하는 세력은 지역교육청과 교사노조, 공교육 옹호론자들이다. 이들의 공통적인 견해는 ‘학교의 성층 구조화’와 ‘예산 분할로 인한 공립학교의 붕괴’다.

현재 학교 예산은 전액 중앙정부가 지역교육청을 통해 지원하며, 지역 교육청은 이 예산 중 10% 정도를 떼어내고 나머지를 학생 수에 비례해서 학교에 나누어 준다. 학교 예산은 2007년 현재 전국 초중고 평균 학생 한명 당 연간 3790파운드(약 760만원)이다. 하나의 학교에서 10명이 프리 스쿨로 빠져나가면 그 학교는 7600만원을 잃게 되며, 하나의 교육청에서 1000명이 빠져나가면 그 교육청은 7억 6000만원을 잃는다. 학교의 통제력도 그만큼 잃게 된다.

공립학교는 학교대로 10명이 빠져나간다고 해서 7600만원의 지출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한 반에 한두 명이 빠진다고 해서 교사 수를 줄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광열비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은 교재와 수업 기자재 구입비, 학교 건물 유지 보수비가 줄어든다. 이런 상황이 지속 또는 가속화 되면 그 학교는 피폐해진다.

그리고 프리스쿨은 국정교육과정 준수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 과연 이들은 무엇을 가르치게 될까? 교육부는 ‘교육표준청(Ofsted)’의 학교 평가와 감사는 실시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극단적인 교육과정’은 배제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가랑비에 옷 젖듯이’ 모슬림 교단의 학교라든가 쥬위시 교단의 학교뿐만 아니라, 일반 교회 학교의 창조론 교육도 막을 수 없다. 또한 ‘우리끼리’의 학교도 설립될 수도 있으며 타 종교, 이민자의 자녀도 배제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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