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즐’이 즐겁게라는 의미로 쓰더니 어느 순간부턴 빈정거리거나 따돌리는 부정적 의미로 바꿔서 쓰더라고요.”
서울지역 중학교 정모 국어교사는 요즘 학생들이 욕설이나 비속어를 악의 없이 장난처럼 쓰는 것을 자주 접하게 된다. 최근에는 ‘레알(정말)’, ‘려차(욕설영어단어를 한글자판으로 친 것)’, ‘무지개매너(매우 매너가 없다)’ 등 뜻조차 알기 어려운 말이 마구 쓰이는 것을 보면 안타까울 정도다.
정 교사는 “워낙 신조어를 쓰다보니깐 욕설인지조차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이러다가는 아이들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 용어사전을 찾아봐야 될 것 같다”며 “온라인게임과 음란물에 빠져들면서 욕설, 비속어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고 토로했다.
4일 교과부와 여성가족부 등 5개 정부부처가 합동으로 공개한 ‘청소년 언어사용 실태 및 건전화 방안’보고서에 따르면, 초중고생 1260명 중 925명(73.4%)가 매일 욕설을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욕을 ‘가끔’사용하는 학생은 41.8%, ‘자주’쓰는 학생은 18.8%,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학생은 12.8%로 나타났다. 욕설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는 학생은 5.4%에 불과했다.
조사 학생의 53%가 비속어를 습관적으로 사용한다고 답했고, 욕설을 사용할 때 ‘별 느낌없다’는 학생이 47%로 나왔다. 그러나 욕설의 의미를 안다는 학생은 27%에 불과했다.
이같은 사실은 한국교총이 지난해 한글날을 맞아 교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여실히 나타났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원의 66%는 ‘학생들 대화의 반 이상 또는 대화 내용이 조사를 빼놓고는 욕설과 비속어’라고 답했다. 인터넷 사용 이전과 비교한 학생들의 욕설, 비속어, 은어 사용 빈도에 대해 96.2%가 ‘높아졌다’고 응답했다.
학생들이 욕설, 비속어를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죄의식 없이 무의식 속에 습관적 사용’이 70.7%, 또래집단의 동질성 및 소외감 부담이 25%로 나타났다.
한국교총은 “학생들의 언어순화를 위해 올바른 언어사용을 위한 특별수업, 학교 내 교사·학생 아름다운 우리말쓰기 캠페인 등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설문조사에서 교원들이 바른말 사용에 대한 교육과정, 학생지도 프로그램 개발, 지침서 발간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을 고려해 교원 연수 등도 추진할 예정이다.
정부도 인터넷 매체 종사자를 대상으로 언어·청소년 보호 교육을 실시하고 청소년 대상 언어교육을 강화하는 등 관련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