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교육청이 일선 고등학교에서 실시해 온 심화반 운영과 0교시 수업 등을 전면 금지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16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방과 후 야간자율학습 운영시간 대폭 단축 등 정규수업 이외 교육활동 개선방안을 마련, 신학기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올초 자율형 공·사립고 신입생들의 예비교실 운영을 중단시킨 데 이어 자율학습 시간 단축 등 오히려 학생들을 사교육 시장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등학교에 주로 적용될 이 방안에는 8시 이전 등교금지(1·2학년)와 학교 자율에 맡겼던 야간자율학습 시간을 기존보다 1~2시간 단축했다.
평일에는 1,2학년은 오후 9시, 3학년은 10시를 넘길 수 없으며 토요일과 공휴일은 1,2학년은 전면 금지, 3학년은 오후 5시로 제한했다.
정규 수업 이후에 진행되는 방과후 수업은 오후 7시 이전까지 마쳐야 하며 선행학습이나 교과진도도 나갈 수 없다.
특히 학생들의 수준에 따라 편성, 운영해온 '심화반'도 전면 금지했다.
이는 수준별 수업 확대를 추진중인 교과부의 정책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더욱이 야간자율학습이나 방과후 수업 참여여부도 학생과 학부모가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했다.
시 교육청이 자율학습 시간까지 못을 박아가며 규제하기로 한 것은 학생 건강권 보호 등 표면적 이유 이외에 공·사립간 참여율 격차에 따른 학부모들의 민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방안이 본격 시행되면 자율학습 대신 학원이나 과외 등 사교육 시장으로 몰릴 학생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교육계에선 보고 있다.
그동안 일선 고교에서는 오후 10~11시까지 학교에 남아 공부를 해온 만큼 학원 등에 갈 시간 자체가 없는 상황이다.
광주지역 일반계고의 자율학습 참여율은 공·사립간 다소 차이가 있으나 70~90% 수준이다.
시 교육청은 학생,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0교시 수업이나 자율학습 운영 등에 반대 의견이 적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설문조사는 임의대로 선정한 공·사립 각 2곳 등 4개 학교 1,2학년 1반 학생 357명과 교사 143명, 학부모 258명이 참여했으며 객관성 논란이 일고 있다.
무엇보다 그동안 학교 자율에 맡겨왔던 자율학습 등을 시 교육청이 강제적으로 제재한 것에 대한 논란과 부작용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광주의 모 고교 교장은 "진보 교육감 취임 이후 모든 교육정책이 너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며 "사교육 조장과 생활지도 문제 등이 당장 제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시 교육청이 주관한 공청회에서 학부모 안병권씨는 "이 개선안은 충분한 여론수렴 부족, 학교장 자율권과 학교운영위원회 무시, 사교육 부담가중, 광주교육 경쟁력 약화 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은순 참교육학부모회 광주지부장은 "자율학습과 방과후 수업 등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선택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지나친 입시경쟁교육 지양과 학교 교육과정 정상 운영을 위한 조치다"며 "공청회 등을 거쳐 최종안을 마련, 시행하겠으며 상설점검을 통해 지적된 학교는 행.재정적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