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18일 시교육청에서 2심판결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선의였다’는 종전의 입장을 반복하며 대법원 판결 때까지 교육감직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곽 교육감은 기자회견에서 “박명기 교수와는 후보매수를 위한 어떤 흥정과 거래도 없었으며 돈을 전달한 것은 인간적 정리에 의한 선의였다”고 거듭 해명했다. 그는 “일신의 자리가 아니라 교육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교육감의 소명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박명기 교수에게 2억 원을 대신 전해준 곽 교육감의 친구 강경선 방송통신대 교수는 한 술 더 떴다. 그는 “자살 가능성이 있는 박 교수를 살린 것을 선거법 위반이라고 한다"며 법원의 수준이 낮다고 비판했다. 곽 교육감이 사람을 살린 사실은 도덕과 종교의 영역이지 법의 영역이 아니라는 황당한 주장이었다.
일반인들의 평범한 상식으로도 “1ㆍ2심 재판부 모두 (내가) 어떤 부정한 사전 합의와 관계없음을 인정했다”는 곽 교육감의 말은 궤변으로 들릴 뿐이다. 구속 상태에서 풀려난 후 불공정하고 편파적 인사로 물의를 빚어 감사원 감사를 부른 것도 곽 교육감 스스로 정당성을 훼손한 사례가 아니면 무엇일까.
7월로 예상되는 대법원 판결에서 그가 무죄로 확정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그리고 지난해 구속됐을 때도 그랬지만 지금 그의 거취에 대해 여론조사를 한다면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 많을 게 분명하다. 실제로 기자회견 직후부터 질타가 쏟아졌다. 한국교총(회장 안양옥)과 서울교총(회장 이준순)은 “곽 교육감의 교육자이자 교육수장으로서 마지막 소명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깨끗이 물러나는 일”이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도 “대중의 눈을 두려워하고 염치를 안다면 대법원 판결을 기다릴 것 없이 물러나는 게 옳다”고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교육청 내부 반발도 심하다. 서울시교육청일반직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이점희) 역시 성명을 내고 곽 교육감의 퇴진을 요구했다. 오죽하면 그에 대해 우호적이었던 신문들조차 사퇴를 거부한 그의 기자회견을 놀랍게도(?) 단 한 줄도 보도하지 않았을까.
곽 교육감은 이날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을 떠올리며 이 자리에 섰다"고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19대 총선 투표가 한창이던 11일 자신의 트위터에 '투표란 게 많은 시민의 삶과 죽음까지 가른다.'로 시작하는 글을 올려 비난을 자초하기도 했던 그다. 법학 교수 출신이자 공무원 신분의 곽 교육감의 이런 행위를 팔로워들은 “교육자가 '보수는 악이고 진보는 선'이라는 교육을 하려는 거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살인·자살 같은 섬뜩한 용어를 빌어 이분법적 이념을 서슴없이 드러내는 것을, ‘소명’으로 생각하는 교육감을 아이들이 맑은 눈망울로 바라봐 줄 수 있을까. 정말,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이제 곽 교육감은 그만 물러나는 것이 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