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은 21세기 인재에게 요구되는 주요 역량 중 하나다.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시험이 학교 교육에 있어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싱가포르는 창의성 향상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까.
행 스위 킷(Heng Swee Keat) 교육부 장관은 작년 한 연설에서 “학생들이 문제를 해결할 때 비판적이고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하며, 오늘날 존재하지 않는 문제들도 잘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는 교육부에서 선정한 21세기 역량들에도 포함돼 있다.
테마섹 초급대(Temasek Junior College)에서는 창의성 향상을 위해 통합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지필고사와 교과서의 테두리에서 벗어난 창의적인 과학 수업을 위해 2005년부터 기존의 문제 기반 학습, 탐구 학습, 프로젝트 기반 학습의 장점들을 모아서 ‘THINK’라는 문제 기반 교육과정을 개발해 과학 수업에 적용한 것이다.
THINK 교육과정은 다섯 단계로 구성된다. 학생들의 관심을 유발하는 문제나 질문으로 수업을 시작하고, 학생들은 질문을 하거나 자료를 찾음으로써 문제 중에 모르는 부분을 확인하고 필요한 정보를 수집한다. 이어서 자신들의 생각이 맞는지 알아보기 위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설을 검증하며, 다른 학생들과 새로 알게 된 내용이나 자료를 공유하고 그 의미를 토론한다. 마지막으로, 처음에 주어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함께 만들어 비디오나 모형을 이용해 다른 학생들 앞에서 발표한다. 이 때 학생들은 해결책을 만드는 데 사용된 과학적 개념을 함께 설명해야 한다.
이런 문제 기반 교육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하나의 정답을 찾기보다는 다양한 해결책을 만들고 유연한 사고를 계발할 수 있다. 조이스 테오(Joyce Teo) 과학 교사는 “교사중심 교육에 익숙해져 있던 대부분의 학생들이 처음에는 새로운 형태의 수업에 낮은 자신감을 보였지만, 문제 중심 수업에 익숙해지면서 불확실하고 정답이 없는 문제에도 높은 자신감과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평했다. 이 학교의 많은 과학 교사들은 문제 중심의 교수법이 시간이 더 들고 가르치는 내용이 제한될 수 있지만 실제적인 문제 해결을 통해 학생들의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향상시키는 데는 크게 기여한다고 믿고 있다.
마누 카푸(Manu Kapur) 싱가포르 국립교육대 교수는 “학생들의 창의성을 더욱 향상시키기 위해 문제 중심 교육과정에서 교사가 학생들에게 문제를 제공하기보다는 학생들 스스로 문제를 만들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새로운 문제를 생성하고 어떤 문제가 해결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고민함으로써 학생들은 기존의 고착화된 사고를 벗어나 창의적으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할 수 있다는 것. 학교 밖에서 부딪히게 되는 많은 문제들은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해결책이 존재한며 그 효과가 크게 달라진다.
최근 구글에서 개발한 증강 현실(Augmented Reality) 안경과 애플사에서 개발 중인 손목시계형 스마트폰은 기존에 없었던 새롭고 가치 있는 문제를 생성하고 그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싱가포르의 창의성 향상을 위한 노력들은 우리나라 교육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