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마르크 애로(Jean-Marc Ayrault) 총리가 지난 1월 24일 주4.5일 수업제 시행을 골자로 하는 ‘유·초등학교의 수업시간 편성에 관한 법령’에 서명했다. 주4.5일 수업제 시행은 지난 2008년 주4일 수업제가 도입된 지 5년 만이다.
이는 지난 2011년 7월 뤽 샤텔(Luc Chatel) 전 교육부장관 주재로 열린 수업시간 편성에 관한 국가위원회가 초등학교에서 3시간 정도의 반일 수업을 더해 주당 수업시수를 9번의 반나절에 분산하는 방안을 제안하면서 ‘학생들의 한 학년은 너무 짧고 하루 일과는 너무 길다’는 주장이 공론화된 결과다.
뱅상 페이옹(Vincent Peillon) 교육부장관은 1월 26일 “프랑스 학생들은 대부분의 다른 나라 학생들보다 더 바쁜 하루 일과로 고통 받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런 프랑스의 수업시간 편성이 극단적이며 올바른 학습에 부적절하다”며 ‘학교 시간표’에 관한 프랑수아 올랑드 정권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어 “학교 시간표 개혁은 학생과 교사의 일일 수업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4일 동안 집중된 주당 수업시수를 4일 반나절로 분산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주4.5일 수업제 회귀의 취지를 설명했다.
바뀌는 법령에 따르면 프랑스의 모든 초등학교와 유치원의 수업시간은 반일 수업 하루를 포함한 4일 반나절의 수업시간으로 구성된다. 반일 수업은 지역별로 수요일과 토요일 중에 선택해 운영할 수 있다. 각 지역의 상황에 맞게 운영할 수 있도록 지자체에 자율성을 준다는 의미다.
이번 조치로 점진적으로 폐기될 주4일 수업제는 2008년 전 니콜라 사코지 정권의 자비에 다코스(Xavier Darcos) 교육부장관에 의해 도입됐다. 토요일 수업을 전격 폐지하고 주당 수업시수 24시간, 일일 수업시수 6시간, 그리고 학습 곤란 학생을 위한 보충 지도 2시간으로 수업시간을 편성하도록 한 것이다.
새로 시행되는 주4.5일 수업제의 주당 수업시간은 현행대로 24시간으로 유지된다. 단, 일일 수업시간이 5시간 반을 넘어서는 안 되고, 반알 수업은 3시간 30분 이하로, 점심시간은 1시간 반으로 편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 정책은 9월 신학기부터 추진될 예정이다. 뱅상 페이옹(Vincent Peillon) 교육부 장관은 이 정책을 빠르면 2013년부터, 늦어도 2014년까지는 각 지방과 도시에 적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현재 프랑스의 51개 대도시 중 파리를 포함한 19개 도시는 2013년 신학기부터, 14개 도시는 2014년부터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18개 도시는 2013년 또는 2014년 사이에서 결정을 미룬 상태지만 이 정책을 수용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그러나 주4.5일 수업제 시행 전망이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프랑스 북부의 헨(Renne)에서 30킬로미터 떨어진 마을 펜(Feins) 시장 알랭 프글래(Alain Fougle)는 920명의 주민으로 이뤄진 작은 마을의 앞날이 걱정이다. 뱅상 페에옹의 교육개혁정책을 적용하려면 상당한 시정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장 우선 수요일 또는 토요일의 반일 수업 이후 학생들의 점심 배식을 하루 더 운영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반일 수업 후 방과 후 수업을 위해 이동해야 하는 학생들을 위한 학교배식은 의무사적으로 시행해야 되는 사항이다. 수업을 도와주는 ‘수업도우미’ 등 보조 인력도 추가로 채용해야 한다. 큰 도시와 달리 작은 도시들에서는 반나절 동안 필요한 보조 인력을 채용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 대부분의 경우 대학생들이 ‘수업도우미’로 참여하게 되는데, 교통비를 포함한 부대비용 지출이 수입보다도 크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자원봉사를 요청해보지만 그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한두 번은 가능해도 1년 동안 자원봉사로 운영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프랑스시장협회(Association des maires de France)에서는 “페이옹 장관의 이번 정책을 실시하기 위해 드는 추가 비용을 충당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이번 정책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교원단체들은 지난 1, 2월 파업을 했다. 수업을 보조하는 인력의 자격을 심사하는 시스템이 매우 약한데다가 인력 수급이 되지 않을 경우 담당 학생 수가 예년보다 더 늘어남에 따라 이뤄지는 교육 불균형에 대한 우려도 커졌기 때문이다. 또 수업시간내의 교사와 학생들의 안전에 대한 문제 또한 제기되고 있다.
교육정책의 목적은 참된 교육에 있다. ‘교육개혁’도 마찬가지로 진실한 가르침과 배움을 위한 도구가 돼야 한다. 한 정치인의 정치적 목적이나 국가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일시적인 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실질적인 교육개혁이 아닌 단순한 퍼포먼스에 그칠 뿐이다. 대도시에서는 얼마든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과 방법이 있지만 그렇지 못한 작은 중·소도시에게는 지역 간의 또 다른 양극화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특단의 해결책이 제시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