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시 전임 교육장과 교장을 포함한 35명의 교원이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조작 혐의로 지난달 29일에 기소돼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성적조작 사건으로 기록됐다. 베벌리 홀 전 교육장은 성적 향상 공을 인정받아 2009년 미국 학교행정가협회로부터 ‘올해의 교육장’으로 선정되기도 했었다. 2011년 조지아 주정부의 조사에 따르면 총 44개 학교에서 180명의 교원이 학생들의 답안지 조작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자 모두 면직 혹은 해임 형태로 교직을 떠나야했고 그중 일부는 복직을 위해 소송 중이다. 일부 언론은 기소된 교사 전원의 구체적인 신상을 밝힘으로써 그 심각성을 일깨우고 있다.
언론은 연이은 보도를 통해 성적 조작이 애틀랜타 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도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정황을 밝히며 연방정부를 압박하고 있어 그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1년 ‘USA Today’가 6개 주를 대상으로 학업 성취도 평가결과를 분석했을 때도 무려 1610건의 의심스러운 정황이 나타났다. 약 25년 전에도 웨스트버지니아주의 존 케널(John Cannell)이라는 의사가 미국 학교에 널리 퍼져있는 성적 조작에 대해 대대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커다란 사회적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이런 성적 조작이 광범위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성적이 좋으면 해당 학교와 교사에게 보너스를 주고 나쁘면 낙인을 찍거나 아예 학교 문을 닫기까지 하는 등 책임을 학교와 교사에게만 묻는 데 있다.
그러나 잘 아는 것처럼 학생들은 아예 배우려하지 않고 학부모도 무관심한 분위기가 팽배한 곳에서는 학교장과 교사가 아무리 노력해도 단시간에 성적을 올리는 것이 매우 어렵다. 노력의 한계를 벗어남에도 불구하고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만 물을 때 인간은 세 가지 방식으로 반응하게 된다. 하나는 상대가 원하는 대로 결과를 조작해 보여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분노와 좌절감에 빠져 그 조직을 이탈하는 것이고, 마지막 하나는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끼리 힘을 모아 싸우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결과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대응한 사례다.
아마 연방정부도 모두 교사 책임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시험 성적만 갖고 교육성과를 판단하고자 할 때 창의력과 인성을 갖춘 전인적 인재 육성이 어려워진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업성취도 결과만을 따졌던 이유는 가장 기본인 기초학습능력마저 갖추지 못한 채 고교까지 마치는 학생 비율이 너무 높고, 국제학력평가에서도 최하위권을 달리고 있어 전인교육 이전에 기초학습능력이라도 갖추도록 유도하기 위함이 아니었던가 싶다.
그리고 그 책임을 학교와 교사에게만 묻는 이유는 학부모에게 물을 수 있는 효과적이며 실효성을 가진 방법이 없고, 직장에서 자신의 성과를 자신이 책임지는 직업문화가 보편화된 사회에서 교사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의 정서에도 부합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연방정부 의도와 달리 원하는 결과는 얻지 못한 채 학교와 교사의 사기만 저하시키는 경우가 많은 현실이 드러났으므로 새로운 책무성 확보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책무성 확보를 요구하는 사회적 흐름을 거스르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책무성 확보시스템을 구축할 때 사회적 합의를 통해 도출한 교육의 궁극적 목적이 달성되도록 하고 있는가, 시스템 구축과정에 관계자들의 충분한 참여를 유도하고 공감대를 구축하였는가, 교육청과 학교 그리고 교사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교육지원 책임을 다하고 학부모들은 자신들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는가를 상호 점검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는가를 따져야 할 것이다.
또 전인교육을 지향한다는 명분하에 학교나 교사가 학생들의 수학 능력 향상에 소홀히 하지나 않을까 하는 학부모의 우려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모두가 민감해져 있는 상황에서는 교육자뿐만 아니라 납세자인 학부모도 공감하는 책무성 시스템이 구축될 때에만 그 제도가 생명력을 유지해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