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언어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동물과 분명하게 구별된다. 동물은 인간처럼 언어로 감정을 표현할 수 없고, 추상적인 어휘를 사용하지 않는다. 인간의 의사소통 체계는 동물의 그것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언어 외에도 인간에게는 동물과 구별되는 육체적, 물리적 특성이 있다. 인간은 손을 사용하는 유일한 동물이다. 물론 원숭이나 침팬지 같은 영장류는 다른 동물과 달리 앞발을 인간의 손처럼 사용한다. 그렇지만 원숭이와 침팬지는 인간과 같은 방식으로 손을 사용할 수 없다. 인간은 손으로 글씨를 쓰고, 도구를 사용하고, 바느질을 한다. 인간이 언어와 손을 사용한다는 것은 동물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이다.
핀란드 교육에서는 취학 이전의 아이들이 이 두 가지 특징을 유아기부터 철저하게 발달시키도록 한다. 3세가 될 때까지 완벽한 핀란드어 습득을 돕는다. 아이들이 핀란드어의 발음에 어려움이 있을 때는 즉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도록 조치를 한다. 유치원에서 아이들은 모래를 가지고 놀고, 레고 놀이를 하고, 그림을 그린다. 또 각종 도구를 활용해 물건을 만들어보고 각종 운동을 한다. 만 6세가 돼서 학교맛보기교육(Esikoulu, Preschool)에 참여할 때까지는 손과 감각으로 배울 수 있는 교육만 시킨다.
발도르프 학교의 창시자인 루돌프 슈타이너(Rudolf Schteiner)는 유아들을 감각기관으로 간주하는 교육 이외의 지적인 교육은 의미가 없다고 주장한다. 핀란드에도 그의 교육 이념을 기초로 세운 발도르프 학교가 있다. 핀란드에서는 학교맛보기교육 이전에 지적 활동을 통한 학습을 시키지 않는다. 유치원에서는 글자교육이 금지돼 있고, 유아들은 한글에 해당하는 알파벳을 배우지 않는다. 그래서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는 책을 읽지 못한다. 수학의 사칙연산이나 영어교육은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
저녁이 되면 핀란드의 마을과 아파트 공터는 유치원에서 돌아온 아이들로 가득하다.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거나 뛰놀면서 놀이를 한다. 주말에는 부모와 함께 수영장, 눈썰매장, 스케이트장으로 향한다. 이런 감각적 활동은 성인이 된 후에는 배우기가 쉽지 않다. 어린 시절에 수영을 배우지 못하면 어른이 되어도 수영을 하지 못한다. 핀란드에서는 우리가 경험과 상식으로 알고 있는 것, 즉 ‘인간은 7세 이전에 지적 활동을 통해서 학습한 내용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는 사실을 실천하고 있을 뿐이다. 7세 이전의 아이들은 외국 여행을 해도 그것을 기억하지 못한다.
앞에서 말했듯이 핀란드의 아이들은 취학 이전에 글자도 배우지 않았고, 유치원에서 영어교육도 받지 않았다. 그런데 핀란드의 15세 학생들은 PISA에서는 항상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영어로의 의사소통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그들은 대학수학능력시험과 입학시험에서 영어로 에세이를 쓴다.
그런데 3-4세에 한글을 배우고, 유치원 시절부터 수학과 영어를 배우는 한국의 학생들은 어떠한가? 왜 그들은 대학논술시험을 앞두고 학원으로 달려가야 할까? 한국의 고등학생 중에서 60%의 학생이 수학을 포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의 고3 학생 중에서 200 단어 이상의 영어 에세이를 쓸 수 있는 학생은 얼마나 될까? 우리는 정말로 그 이유를 모르고 있을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알고 있지만 안 하거나 못 하고 있다. 대한민국 교육! 언제 바뀔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