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독일 함부르크 주의 한 교육 공청회에서 교사라는 직업을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인식에 대한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일반인들은 교사를 ‘오전 근무만 하는 직업, 방학 등 쉬는 날이 많은 직장, 취미생활을 위한 시간이 충분한 직업, 가장 느슨한 직업’등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교사 스스로가 생각하는 교직에 대한 결과는 정반대였다. 교사들은 자신의 직업을 ‘과중한 업무량과 초과근무, 사람을 탈진시키는 직업, 타인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직업’ 등으로 느끼고 있었다.
교육이 각 주(州 )소관인 독일의 경우 교사의 주당 수업시수는 주별로 약간씩 차이가 있다. 노드라인베스트팔렌 주를 예로 들면 초등학교와 실업학교인 하우프트슐레, 레알슐레는 주당 28시간, 인문계중·고교인 김나지움과 종합학교인 게잠트슐레 등은 25.5시간이다. 결코 적지 않은 시간이다.
시사정론지 슈피겔의 조사에 의하면 방학을 포함해 실제 근무시간을 계산하면 주당 38.5시간에서 40시간이 산출된다. 그러나 교사 업무의 특성상 수업준비, 숙제 교정, 시험 채점, 학부모·학생 상담 등 분명하게 측정할 수 없는 업무들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실제 근무시간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독일 교사들의 많은 업무 외에도 보강 수업 등 공식적인 초과근무도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오랜 문제가 되고 있다. 과거 1970~80년대만 하더라도 보강을 위해 학교에 충분한 인력이 배치돼 있었으나 갈수록 각 주의 교육재정이 약해지면서 구멍이 뚫리기 시작하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교원 수급 상황이 더욱 열악해져 그에 따른 적지 않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건강지상주의 사고가 팽배한 독일 사회에서 질병으로 인한 교사의 잦은 결근 또한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독일은 긴 겨울방학이 없는 대신 1~2주간의 단기방학이 자주 있는데 연휴나 짧은 방학이 있을 때는 아픈 교사가 더 많아진다. 그것도 꼭 연휴 앞뒤로 아프다. 방학이 시작될 즈음이면 아프기 시작해서 어떤 때는 끝나고 며칠 후까지 가기도 한다. 십중팔구는 휴가를 다녀왔거나 휴가 후유증인 경우다. 이런 교사를 만나면 한 학기 동안 진도는커녕 우왕좌왕 절반은 자율학습, 절반은 보강 교사 찾다 세월 다 보내기도 한다.
아픈 교사는 항상 있기 마련이고 아침이면 학생들은 여전히 교문을 들어서니 누군가는 결원을 보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보강교사 찾는 일도 만만치 않다. 정기적인 보강수업을 위해서는 교장이 서면으로 담당교사의 허락을 받아야 하고 교장 단독으로 혹은 강제로 보강을 강요할 수는 없다.
노드라인베스트팔렌 주는 한 달에 3시간 이상의 보강을 했을 경우 16.67유로(약 2만4000원)부터 28.66유로(약 4만1000원)까지 시간당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보강 시간은 연간 총 288시간을 넘을 수 없다. 이렇게 수업시수를 초과하는 보강수업에 대해서는 시간당 수당을 지급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교사들은 초과근무를 꺼린다. 가장 큰 이유는 초과근무로 인해 받게 되는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시간에 비해 주는 보상이 미미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