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는 1년에 반 아이들 30명밖에 만날 수 없잖아요. 글의 힘으로, 방황하는 수많은 아이들의 인생관을 바로 잡아주고 싶습니다.”
최근 하영옥 경북 영주동부초 교사는 책을 읽으면서 메모한 좋은 글들을 모아 ‘daily growing up up up...." 책을 출간했다. 지난 35년 동안 독서하면서 좋은 말이 나올 때마다 틈틈이 메모한 노트가 어느새 7권에 이른다.
그는 “매일 아침마다 반 아이들에게 노트 속 이야기를 하나씩 들려줬는데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아이들의 눈빛과 가치관이 달라지는 것을 경험했다”며 “더 많은 아이들, 더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감동을 전해 주고 싶어서 그 글들을 모아 책을 엮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하 교사의 결심에 가족 모두가 힘을 보탰다. 하 교사의 남편은 출판비를 지원해주기로 했고 전문번역사로 활동하고 있는 친오빠는 글을 영문으로 번역해 함께 실어 책을 보며 영어공부까지 할 수 있도록 했다. 미대에 재학 중인 딸은 책의 삽화를 담당했다. 책 표지를 장식하는 울창한 숲 사진은 하 교사의 솜씨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책 판매의 수익금은 전부 하 교사와 사업가인 남편이 운영하고 있는 ‘단비장학회’의 장학금으로 조성될 계획이다. 아직 정식재단으로 설립되진 않았지만 하 교사와 남편은 지난 14년 동안 250명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해왔다. 어려운 이웃에게 이 장학금이 ‘단비’ 같은 역할을 하기를, 이 장학금을 기반으로 세상에 ‘단비’같은 존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단비장학회’라고 이름을 지었다.
“IMF 때 남편 사업이 부도나 중학교에 진학하는 딸의 교복도 사주지 못할 정도로 어려웠어요. ‘누가 우리 아이에게 교복 한 벌 해주면 우리 형편에 단비가 될 텐데...’ 하고 생각했죠.”
그때 나중에 형편이 좋아지면 나보다 어려운 사람에게 교복 한 벌 값이라도 보태줘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그 결심이 계기가 돼 2000년부터 각 학교에서 어려운 형편의 학생들을 추천받아 장학금을 지급하기 시작했고 지급 총액이 어느새 5000만 원을 넘었다.
“살을 에는 듯한 가난의 강을 건너본 사람으로서 여전히 그 강을 건너고 있는 이웃들이 참 많이 눈에 들어온다”는 하 교사는 책이 많이 판매되면 정식으로 장학재단을 설립해 어려운 이들이 무사히 강을 건널 수 있도록 돕는 징검다리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절망에 빠져있을 때 운명의 수레를 긍정적으로 이끌어 줬던 그의 노트 속 글들이 많은 학생들의 마음에도 ‘단비’처럼 내리기를 기대한다.
“조약돌을 예쁘고 매끄럽게 만드는 것은 모난 정이 아니라 끊임없이 쓰다듬는 물결이잖아요. 이 책에 실린 말들이 우리 아이들의 인성을 아름답게 쓰다듬는 따뜻한 물결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