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느 정도까지 광고를 신뢰할 수 있을까? 상업광고에서 상업성을 배제한다면 생활정보로써의 구실이 남아있기나 할까?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제정된 광고윤리 관련 규정을 보면 ▲대중에 복지와 편익 제공 ▲거짓 없는 상품 또는 서비스의 실체 표시 ▲허위·과대표현으로 소비자 현혹 금지 ▲대중의 무지 악용 금지 등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윤리 규정이 상업광고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고도의 기획에 의해 만들어져 아동 대상 프로그램에 삽입되는 총 천연색의 환상적인 광고 문안이나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아동들이 상품의 실체적 진실을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저연령 아동들은 보통 정규 프로그램과 광고를 정확하게 구분하지 못한다고 한다.
바로 이런 현실 때문에 독일에서는 일반 초·중등학교에서 ‘광고’ 수업을 하고 있다. 학교에 따라 약간씩 시기적으로 다르기는 하지만, 보통 초등학교 1~4학년 과정에서 독일어나 사회와 과학을 통합한 수업시간인 자흐운터리히트 교과에 포함돼 있고, 고학년에서는 독일어 교과에서 주로 다룬다.
‘광고를 공부한다’거나 ‘광고 수업을 한다’고 하면 광고 문구를 만들어 내는 카피라이터나 광고기획자 등 직업적인 생산자의 역할을 배우는 공부라고 단정 짓기 쉽지만 독일 초·중등교육에서 실시하는 광고수업은 소비자로서 광고의 실체를 알아내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직업적인 광고 전문가가 될 학생은 소수고 대부분은 직업과 관련 없이 도처에 흘러넘치는 광고의 홍수 속에 살아가는 소비자일 뿐이기 때문에 광고의 진위를 가려내는 안목을 키우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광고 수업 시간에 광고 문안을 살펴보며 과장된 표현이나 거짓이 숨어 있는 곳을 찾아내면서 광고를 분석하고 비판한다. 또 광고의 제작 목적을 배우고, 광고 내용에 삽입돼 있는 언어유희 등을 배움으로써 상업적 광고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게 하기 위한 예방교육도 받는다.
이 수업은 단순히 아동·청소년 시기를 위한 교육만이 아니다. 학생들은 자라서 미래 소비의 주역이 되기 때문이다. 훗날 소비 형태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어릴 때부터 광고를 판단할 수 있는 눈을 열어주고 광고의 진실을 교육하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어떻게 하면 광고에 속지 않고 소비할 수 있을까’를 배우는 수업이다.
바이에른 주 초·중등 미디어 교육 지침서는 광고교육 과정에서 반드시 언급돼야 할 과제로 ▲광고의 목적 ▲다양한 광고의 형태 ▲광고가 개인의 감정과 행위에 미치는 영향 ▲광고에 대한 판단과 활용 등 네 가지를 명시하고 있다. 이런 지침서에 따라 광고의 형태와 제작, 광고의 영향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비형태, 광고에 현혹되지 않는 비판의식 등을 포함한 분기별 세부 수업과정이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