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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

한 친구가 너무 싫어요

평소 모범적이고 학업에도 성실한 여학생이 친구문제로 상담실을 찾아왔다. 언제부턴가 한 친구로 인해 마음이 괴롭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친구와 평범하게 지내왔고 몇 명의 친구와는 특별히 더 친하게 지냈는데 친하게 지내던 친구 중 한 명이 어느 순간부터 자신을 싫어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 이유도 말하지 않고 계속 자신에게 마음의 상처를 준다고 했다. 그러다보니 자신도 이제는 그 친구가 싫어지게 됐고 그 친구 때문에 마음이 너무 불편해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여학생의 경우 이런 이유로 상담실을 찾는 경우가 참으로 많다. 이런 경우 부모님이나 선생님께 말하면 그 친구에게 이유를 물어보라는 권유를 듣곤 한다. 그러면 대부분은 친구에게 가서 “내가 너에게 뭐 잘못 한 거라도 있니?”라는 어리석은 질문을 하게 된다.

이런 질문을 받고 쉽게 이유를 말해줄 친구도 없지만 말을 한다 해도 그건 분명 상처가 되는 대답이었을 것이다. 이유를 들은 아이는 더 큰 상처를 입게 되고 상대방 친구는 더 짜증나서 다른 친구에게 그 친구의 욕을 하다가 심지어는 단체로 싸우게 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의 상처받은 마음은 모르면서 따지듯이 묻는 것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한편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입장에서는 도와주려다 뜻대로 되지 않고 아이가 더 속상해하면 사소한 문제로 치부해 그냥 무시하라는 말을 하거나 오히려 쓸데없는데 신경 쓰지 말고 공부나 하라는 식으로 아이를 나무라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청소년시기의 아이들은 친구관계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기 때문에 이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런 문제도 아이들마다 다르지만 위의 경우는 내담자의 관점을 바꿔 자신에 대한 자존감을 높여주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이 여학생의 이야기를 다 들은 후 놀란 듯 “어머! 넌 너를 싫어하는 사람이 한 명이란 말이니? 넌 정말 친구관계가 좋구나. 어쩐지 네가 성격이 좋아 보이더라”라고 말했다. 덧붙여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이 40%면 보통사람이라는데 넌 상대적으로 매우 훌륭한 인격을 가진 것이라고 말해줬다.

순간 아이는 약간 당황한 듯 있다가 생각의 초점이 바뀌면서 자신과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많음을 깨닫게 됐고 그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됐다. 그리고 며칠 후 찾아와서는 이제 그 친구가 다소 상처주는 말을 해도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돼 자신에 대한 자존감은 올라가고 싫은 친구에 대한 너그러운 마음이 생긴 것이다.

사람은 어떤 사람이 싫을 때 그 대상만 없어지면 내 마음이 편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그 대상의 문제라기보다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수용하지 못하는 내 마음의 문제고 더 나아가 그런 내가 싫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친구를 싫어할 수 있는 나와 친구 또한 나를 싫어할 수 있음을 먼저 받아들인 뒤 화해를 시도하면 훨씬 쉽게 관계를 회복할 수 있게 된다.

친구관계가 좋지 않은 아이들에게 친구관계를 잘하기 위한 대인관계 기술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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