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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

저도 컴퓨터 게임 끊고 싶어요

중3 남학생이 성적은 꼴찌인데 여전히 컴퓨터게임에만 빠져 있어 담임교사가 물어봤다. “너 고등학교는 어디 갈거니? 도대체 나중에 뭐 할 거니?” 학생은 “저 특전사 할 건데요”라고 대답했다. 며칠 전 영화를 보고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그러자 교사는 “너 특전사 못해, 특전사는 고등학교 졸업해야 하는데 넌 고등학교 못가잖아”라며 면박을 줬고 학생은 열받아 뛰쳐나오면서 욕을 하고 난리를 피웠다. 담임교사는 끝내 학생을 감당하지 못하고 상담실로 데려왔다.

교사는 학생의 진학이 걱정됐고 아직 학기 초반이니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노력하도록 해 고등학교에 진학시키고 싶은 마음에서 한 말이다. 하지만 이런 대화는 아이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말일 뿐 아니라 아이의 가장 아픈 곳을 찌르는 말이다.

가끔 학부모 중에도 이렇게 아픈 곳을 건드리면 오기가 생겨 더 열심히 할 것이라는 착각에서 일부러 그런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분노의 감정도 에너지가 될 수 있지만 이 에너지는 승화의 기제로 사용될 때만 좋은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사실 컴퓨터 게임에 빠져있는 학생 중에는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알고 빠져나오고 싶지만 그게 잘 안 돼서 상담실을 찾는 학생들이 많다. 이들 중에는 과거에 공부를 잘했던 경험을 가진 학생도 있다. 어느 순간부터 공부로는 자신이 원하는 성적을 얻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좌절된 자존감을 게임 속에서 찾으려고 하다 보니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게임에 빠지게 된 것이다.

이는 마치 어른들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고 좌절했을 때 술로 자신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다가 어느새 알코올중독자가 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럴 때 술을 빼앗기 보다는 새로운 희망을 찾아주는 것이 스스로 알코올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를 갖게 한다. 이처럼 학생들의 경우도 게임을 못하게만 하는 것보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위의 대화는 스스로도 불안해하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완전히 꺾어버리는 말이기 때문에 분노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학생과 상담을 하면서 과거의 성공경험을 찾아봤다. 학생은 초등 4학년 시절에 평균 40점을 80점까지 올린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매우 의기양양해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그 이후 반에서 계속 5등을 하는 친구를 이길 자신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공부를 포기하고 게임으로 그 친구를 이기려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학생에게 “한 번에 성적을 올릴 수는 없지만 네가 원하는 특전사는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우선 학급에 35등부터 40등까지 5명만 있는 학급을 생각하고 그 5명 중 1등을 해보라고 했다. “그럼 네가 1등이 되는 거야”라면서 생각을 바꾸도록 하자 학생도 한번 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 뒤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공부에 방해되는 것이 뭔지 살펴보고 그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방법이 있는지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컴퓨터게임에 빠진 아이들 중 현실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찾지 못해서 가상현실 속에서라도 자신의 존재감을 찾으려는 학생이 많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단지 게임만 못하게 할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존재감을 느끼게 해주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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