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자식일수록 여행을 보내라’는 말이 있다. 매사에 모든 일을 쉽게 포기하려는 경향이 있는 요즘 학생들에게 겨울 지리산 종주를 통해 인내심을 길러주는 학교가 있다. 서울 경희중은 2000년부터 매년 학생들과 지리산을 찾는다.
지난 1월 3일부터 6일까지 실시된 이번 체험학습에는 5명의 교사와 학부모 6명, 졸업생 7명과 53명의 학생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출발 하루 전 학교에 모여 등산복장과 장비, 각종 비상식량을 점검했다. 산행은 성삼재를 시작으로 노고단 대피소, 연하천 대피소, 벽소령 대피소를 지나 천왕봉에 이르기까지 3박 4일의 고된 일정이었다.
행사를 기획한 홍지윤 교사는 “참가 학생들을 보면 직접 신청한 경우도 있고 부모에 의해 강제로 오게 된 학생도 있지만 일단 산에 오르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한다”며 “조원들과 협동하며 동료애와 사회성을 배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새벽 5시, 짙은 안개에 한치 앞도 볼 수 없어 헤드랜턴에 의지하며 걷기도 하고 대설로 무릎 이상으로 쌓인 눈길을 헤치며 걷기도 했다. 1000m가 넘는 봉우리를 넘고 또 넘으며 모두가 지치고 힘들었지만 끝까지 포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날이 지날수록 아이들의 발걸음은 가벼워졌다.
안종진(2학년) 군은 “산에 오를 때 정말 힘들었지만 앞에서는 친구가, 뒤에서는 졸업생, 3학년 선배들이 든든한 울타리가 돼 줬다”며 “어른이 돼서도 어렵고 힘든 일이 생기면 지리산을 종주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오뚝이처럼 일어설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금은 대학생이 됐지만 중학교 시절 지리산에서의 경험이 힘이 돼 매년 이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박승현(연세대 2학년) 군은 “겨울 지리산 종주는 나를 향한 시험의 장이었고 성장하는 계기가 된 소중하고 값진 시간”이라며 “후배들에게 멘토가 돼 진로, 학업 등에서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홍 교사는 “아이들 인성교육에 ‘세상에 대한 경험’만큼 소중한 것은 없는 것 같다”며 “학창시절에 뜻 깊은 추억거리를 제공해주는 것이 살아있는 인성교육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