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초, 평가 관련 연수는 받았으나 선배 교사, 동료 교사와 협의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출제 유의사항에 대한 세부 정보가 여전히 부족합니다. 또 학생 특성 파악이 미흡해 수준에 적절한 지문 선택, 자료 제시, 문제 난이도 결정 등이 고민됩니다. 특히 요즘 중요시되고 있는 서술형 문항 출제에서 더욱 어려움을 절감합니다. -박정민 인천 서도고 교사
A. “매 수업 시, 문항제작 습관을 들이세요”
형성평가 자주 실시하면 도움 질문 구조화하고 제한성 둬야
좋은 문항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일 년에 네 차례 정도 치르는 정기고사 출제만으로 문항의 질을 제고하거나, 학습자의 성취수준을 가늠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초롱초롱한 아이들을 보며 높은 성취수준을 기대했지만 예상외의 점수로 난감할 때가 있습니다. 난이도 조절에 실패하면 후폭풍이 크지요. E등급이 너무 많이 나와도 안 되고, A등급이 너무 많으면 변환표준점수가 낮아져 대입에 불리하다 해서 공격을 받습니다.
이런 사태를 예방하려면 평상시 수업내용과 관련해 형성평가를 자주 실시하고, 이 문항을 변형해 정기고사에 출제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형성평가는 학습자의 성취수준을 가늠하게 하는데 매우 유용한 도구입니다. 매 수업 준비 시, 학습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문항을 만든 다음, 수업에 활용하는 습관을 들이면 수업에 대한 자신감도 생길 뿐 아니라 평가와의 연계도 긴밀히 이뤄질 수 있습니다.
동료 교사와 협의가 잘 이뤄져 검토가 꼼꼼히 오고가면 문항의 질은 아주 좋아집니다. 이 방법이 불가하다면 자신이 출제한 문제를 전국연합모의고사 문제와 비교해 보세요. 모의고사는 수능 유형에 따라 제작되기 때문에 선택형 문항 출제에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요즘 서술형 문항이 매우 강조되는데, 제작도 쉽지 않지만 채점 기준 마련에도 고충이 많습니다. 유의사항에 대해 살펴봅시다. 먼저 단순 암기 위주의 지식보다는 고등정신능력을 측정하도록 합니다. 서술형 문항의 장점은 다른 문항형식에서는 측정하기 어려운 사고력, 추리력, 종합력, 비판력, 분석력, 응용력, 표현력, 창의력과 같은 기능을 비교적 쉽게 측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둘째, 학습 결과를 측정할 수 있도록 질문을 구조화시키고 제한성을 둡니다. 서술형 문항은 자칫 모호해지기 쉽고 학생들의 답안이 다양해져 채점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답안에 자유도를 허용하되 방향을 지시해 주는 ‘응답 제한형’이 좋습니다.
셋째, 문두의 말미는 구체적인 형태로 제시돼야 합니다. 대다수의 경우 말미를 ‘서술하라’ 또는 ‘간략하게 쓰시오’라고 구성하는데 이를 ‘비교 분석하시오’, ‘이유를 설명하시오’와 같이 보다 구체성을 띤 형태로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채점의 노력과 시간이 배로 들 수 있기 때문에 응답 요소의 종류를 나열하도록 할 경우에는 가지 수를 한정하고 여러 문항 중에서 선택하게 하는 방법은 지양하는 것이 좋습니다. 서술형 문항의 답 길이는 20~100자 정도로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마지막으로 문항을 분석하다보면, ‘~는?’, ‘~하면?’과 같은 문두가 발견되는데 문두는 ‘~쓰시오’, ‘구하시오’, ‘설명하시오’와 같이 완전한 문장 형식을 취하도록 합니다.
채점 시 유의점으로는 기준을 사전에 명료히 하고 학생(답안지) 단위가 아닌 문항 단위로 채점해야 합니다. 답안지를 일차적으로 읽고 난 뒤, 구체적으로 채점하는 것이 좋고 학생의 성명과 번호는 가려야 합니다.
모처럼 괜찮은 문제를 만들었을 때의 기쁨은 수업을 잘 마친 후 느끼는 흐뭇함과 맞먹습니다. 그런데 그 기쁨도 잠시, 보안을 허술히 해 문제가 사전에 유출되는 일도 왕왕 발생합니다. 출력물을 무심코 휴지통에 버렸다가 청소하는 학생이 발견해 들고 온다거나, 검토를 위해 책갈피에 끼워뒀던 문제지가 교탁 위에서 북쑥 튀어나와 낭패를 보는 경우를 가끔 봅니다. 보안을 위해서는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저장하지 말고 이동식 디스크를 활용하는 버릇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항상 비밀번호를 지정해 분실됐을 경우를 대비해야 합니다.
평가는 수업과 긴밀한 관계가 있습니다. 질 높은 문항의 제작은 좋은 수업으로 이어집니다. 수업의 질을 높이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항목이 문항 제작임을 잊지 말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