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내기 교사들의 고충
외부 접촉 쉬워 무리서 이탈
갔던 곳 또…‘뻔한’ 체험학습
교사 생각 충분히 전달하고
목적 명확히…동기유발 중요중간고사가 끝난 5월. 대다수의 학교들이 체험학습을 떠나는 시기가 다가왔다. 모두가 즐겁고 행복해야 할 체험학습. 그러나 경험이 부족한 신규‧저경력 교사들은 교실 안에서와는 달리 야외 활동에 들뜬 아이들이 어디로 튈지 몰라 통솔에 어려움을 겪는다.
서울 A중 B교사는 지난해 학생들을 직업체험관에 데려갔다. 그런데 모이기로 한 시간이 지나도 여학생 3명이 오지 않아 전교생이 30분 이상 기다려야했다. 알고 보니 이 학생들은 체험관 옆 쇼핑센터로 이탈해 약속시간을 지키지 못했던 것. B교사는 “교실 밖으로 나가면 외부와의 접촉이 쉬워져 무리에서 이탈하는 등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는데 경험이 없어 어찌 대처할지 모르는데다가 당황하다보니 발만 동동 구르게 된다”고 털어놨다.
대전 C초 D교사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밖에만 나가면 아이들이 말을 안 듣는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식물을 탐구하고 흙 속의 지렁이도 찾아보며 생태학습을 할 수 있는 ‘숲 체험학습’을 떠났는데 학생들이 장난만 치고 선생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아 자꾸 목소리가 커져 결국 아이들을 혼내게 된 것이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활동하도록 풀어주고 스스로 탐구하게 하는 것이 체험학습의 본래 취지이지만 과연 어느 정도까지 자유를 허용해야 할 지 어렵게 느껴졌다.
전문가들은 “무조건 목소리를 높이기보다는 사전에 주의사항을 전달하고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옥영 충북 속리산중 교사는 “팀을 벗어나는 것이 왜 위험한지, 지시사항에 잘 따라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이해하면 학생들도 자신의 행동을 수정하고 따를 것”이라며 “교사의 생각을 충분히 전달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시와 규율만 강조하면 학생들은 충분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게 된다”고 말했다.
질 높은 체험학습의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는 것도 고민거리다. 울산 E중 F교사의 학교는 1년에 네 차례 정도 동아리 단위 체험학습을 다니고 있는데 농어촌 지역이라 교통편도 많지 않고 주변 인프라도 부족해 장소를 정하는 것이 항상 골칫거리다. 3학년들의 경우 갔던 장소를 이미 여러 차례 다녀온 경우도 있어 ‘너무 뻔하다’, ‘차라리 학교에 있는 것이 낫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그는 현장학습이 본연의 의미를 잃고 상투적으로 흘러가는 것이 안타깝고 교사로서의 자괴감도 들었다.
서울 G초 H교사 역시 비슷한 생각이다. 아이들을 데려가고 싶은 전시회가 있었는데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20명이어서 데려갈 수 없었던 것. 그는 현장학습이 항상 대규모로 이뤄지다보니 질 높고 의미 있는 학습보다는 대단위여도 인솔하기 편한 장소로 한정되고 겉핥기식으로 둘러보며 끝나는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한금식 충남 온양풍기초 수석교사는 “같은 장소를 가더라도 어떤 반은 쭉 둘러보고 말지만 어떤 반은 수첩을 들고 색, 모양 등 오감을 이용해 다양한 방식으로 관찰하며 기록하는 등 교사가 사전에 어떤 교육을 했느냐에 따라 학습결과가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다”며 “장소에 연연하기보다는 학생들에게 ‘목적의식’과 ‘할 일’, 즉 확실한 동기를 유발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