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학생 정원도 채우지 못하고 재정상 어려움을 겪는 부실 대학 통폐합 등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워싱터포스트지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는 미용학교부터 하버드 대학에 이르기까지 5300여개의 대학이 있다. 미국의 고등교육은 전세계적으로 부러움을 받고 있지만 실제로는 단지 몇백 개 대학만이 우수한 교육제도를 운영할 뿐이다. 대부분은 학생 정원도 채우지 못해 경영난을 겪거나 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열악한 실정이다.
버지니아 주에 위치한 스윗브라이어 대학은 학생 수가 700명밖에 되지 않아 경영난을 겪는 대표적인 사례다. 주 정부에서 고등교육을 관리하지 않다보니 정치적 입김에 따라 무차별적으로 대학이 설립된 것이 대표적인 부실 대학의 원인이다. 1960년대 오하이오 주지사 제임스 로드는 30마일(약 42km) 이내마다 대학을 설립하겠다고 공약을 낸 적도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미국의 대학분포도를 보면 북동쪽과 중서부에 대학이 집중 배치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이 남부나 서부에 주로 살고 있어 이들 대학은 학생 정원 채우기도 버거운 반면, 서부에 있는 대학들은 입학 문이 좁다.
매년 이들 대학에 들어가는 정부 보조금 또한 만만치 않다. 연방정부에서는 장학금이나 세액공제 등으로 연간 약 1650억달러(197조원 정도)를 쓰고 있다. 주 정부에서도 약 740억 달러(88조원 정도)를 지원하고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정부 지원금이 학교 수익의 90% 가까이를 차지하는 경우도 있다.
로날드 어렌버그 코넬대학 교수는 “정부 보조금이 없다면 대부분의 대학들은 운영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연방정부가 엄청난 규모의 재정을 대학에 지원하고 있으면서도 대학 정책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많은 대학들이 정부의 개입이나 부실대학 통폐합 등에 대해 크게 반대하고 있다. 대학도 지역의 주요 일자리가 되고 있기 때문에 정치인이나 관료들이 통폐합을 강하게 요청하기도 어렵고, 졸업생들의 압력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재정압박이 갈수록 커지면서 일부 대학들은 합병이나 연합 등의 체계를 구성하기도 한다. 일부에선 교수진을 서로 공유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조지아주에서는 최근 6개 대학의 합병이 승인됐다. 기술 발전으로 지역상의 거리와 관계없이 연합체를 이루는 대학들도 있다. 미국 동·서부의 11개 공립학술대학이 연합체를 이룬 대학개혁연합(University Innovation Alliance)이 그 예다.
지난해 12월 연방정부가 대학을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정부 지원금을 차등 지급하겠다는 계획안을 발표한 만큼, 앞으로 대학 구조조정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