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최근 대학 진학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확대되고 있다. 높은 학비에 비해 취업 전망이 불투명해 대졸이 더 이상 고졸보다 크게 유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가지 미 정부는 대학 진학을 독려하고 있다. 지난 11일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인 미쉘 오바마가 청소년들의 대학 진학을 독려하는 가사로 랩을 하는 ‘대학에 가라(Go to College)’ 제목의 영상이 공개됐을 정도다. ‘범죄와 싸우고 싶다면 대학에 가라’, ‘페인트가 마르는 걸 지켜보는 식으로 인생을 무의미하게 보낼 게 아니라면 대학을 가라’는 등의 내용이다.
2013년 기준 25~29세 청년의 대학졸업률은 백인 40%, 흑인 20%, 히스패닉 15%, 아시아계는 58%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오바마 정부는 대학 진학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 자료를 인용해 25~32세 대졸자의 평균 연봉이 4만5500달러인데 비해 전문대는 3만 달러, 고졸은 2만8000달러에 불과하다며 반드시 대학을 가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업율도 대졸자가 3.8%, 전문대 졸업자 8.1%, 고졸자 12.2%로 학력별 격차가 심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대학협의회도 지난 40년간 대졸자의 생애 총소득이 전문대나 고졸보다 각각 110만 달러, 150만 달러가 더 높다는 자료를 인용하며 대학을 안가면 100만 달러 이상 손해를 본다고 대학 진학의 필요성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연평균 사립대 학비가 4만3천921달러(5100만원 정도), 거주지 내 주립대도 2만 달러(2300만원 정도)가 넘는 높은 학비에 졸업 후 취업조차 어려워지자, 대학을 가야 한다는 설득은 대통령 부인이 나서도 쉽지 않은 과제가 됐다. 미국 학부모의 5분의 4정도가 현재의 고비용 저수익 대학 교육 모델에 실망하고 대학 진학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는 조사도 나올 정도다.
이런 대학 진학 회의론에 기름을 붓듯 세계적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5%의 하위권 대학 졸업자의 경우, 아예 고졸자보다 벌이가 더 나쁘고 중간급 대학 졸업자도 고졸자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대졸자가 대학교육에 쓴 투자비를 뽑는데 걸리는 기간이 8년, 평균 나이는 30세 전후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투자비 회수기간이 갈수록 늦어져 2015년 졸업자는 31세, 2030년 졸업자는 33세, 2050년엔 37세가 돼야 가능하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반면, 고졸 후 바로 구직을 하면 비록 연소득 자체는 적더라도 투자 비용이 없었으니 오히려 대졸자보다 더 경제적으로 낫다는 설명이다.
현재 미국의 전문대·4년제 대학 재학생은 1550만 명이다. 명문대에서 취업이 잘되는 비즈니스, 의료보건, 공학 등을 전공할 경우 대학졸업장이 수익측면에서도 절대 유리한 편이다. 그러나 명문대라도 인문, 교육, 심리학 등 문과 전공자라면 취업 자체가 쉽지 않다.
대학이 무슨 취업기관이냐며 인간관계 형성과 자기계발 측면을 따져 반드시 대학을 가야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졸업 후 스스로 생계를 책임져야하는 절대다수 중산층의 경우에 돈벌이 가능성을 배제한 대학진학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북미에서도 취업을 위해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도 다시 전문대로 유턴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