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학생이 읽어야 할 권장도서는 100여년 전과 어떻게 달라졌을까? 비영리 교육·문화 보도매체 ‘인터렉추얼 테이크아웃’은 미네소타주 역사연구회가 공개한 1908년도 7~8학년 권장도서를 현재 추천도서와 비교 분석해 18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1908년도 권장도서는 유명 문호들의 작품인 에드가 앨런 포의 황금충, 헨리 워드워즈 롱펠로의 에반젤린, 구디야드 키플링의 용감한 선장들, 찰스 디킨스의 여러 작품 등 18권이 포함됐다. 이를 미네소타주 ‘공교육 일번지’로 통하는 에디나시 소재 중학교 2곳의 7~8학년 권장도서 12권과 비교했다. 100여 년의 시차를 둔 중학생 권장도서를 비교한 결과, 작품의 출간 시기, 주제, 문장 수준 등 크게 세 가지 부문에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현재 권장 도서에서는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의 모험, 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씨 451을 제외하면 모두 출간된 지 20년도 채 되지 않은 신작소설이 대부분이다. 반면 1908년 목록을 보면 최소 50년 이상은 된 고전이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오랜 세월을 두고 검증된 명작이 주를 이루고 있다.
주제 면에서는 1908년 권장도서의 경우, 고대 그리스나 중세, 미국의 건립과정 등역사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 주를 이뤘다. 기본적인 서구 문명에 대한 이해, 미국 역사에 대한 이해를 돕고 심도 있는 사고력을 갖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요즘 권장도서는 대부분 현대 정치나 사회적 이슈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유전자 복제, 불법 이민, 마약전쟁, 10대의 비행 문화 등을 다룬 시사성 높은 작품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최근 시사 중심의 도서가 시의성 있는 정보를 얻는 데는 유용하지만 과거 역사를 등한시 해 균형적인 시각을 갖추는 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과거의 권장도서는 어려운 어휘나 복잡한 문장 구조로 중학생이 쉽게 읽을 수준이 아니었다. 이에 반해 최근 권장도서는 구어체 문장으로 독해가 쉽다는 특징을 보였다. 그러나 효과적인 문장 이해 교육이나 학습 목적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지적됐다. 과거에 비해 인문학 교육 수준이 저하됐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전반적으로 과거에는 소수 엘리트 중심으로 교육이 이뤄진 반면, 최근에는 보통 의무교육으로 누구나 쉽게 교육을 받다보니 권장도서 수준도 다소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영어라는 언어 자체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 집단이 증가되면서 무조건 어려운 도서만을 권장도서로 고집할 수만은 없다고도 전했다. 실제로 에디나시교육청 관내 학생 정보를 분석한 결과, 학부모 중 소수 인종이 19%인데다 가정에서 영어 외에 44개의 언어로 소통하는 것으로 조사됐다다. 영어에 익숙하지 않다는 학생도 3.4%로 집계됐다.
권장도서 분석을 담당한 애니 홀름퀴스트(Annie Holmquist) 연구원은 “학생들의 읽기 수준을 한 차원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현대 문학뿐만 아니라 수준 높은 고전을 함께 읽도록 권장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장재옥 현지 동시통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