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가 대학 진학을 장려하고 있는 것과 반대로 일부 주들이 기술·취업 교육을 강화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AP통신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근 캘리포니아와 루이지애나, 콜로라도 등이 고교 졸업과 동시에 취업 전선에 나갈 수 있도록 주 정부 차원에서 기술·취업 교육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주 정부는 현재 고교에서 일정 기술만 익히면 되는 일자리가 넘쳐나는데 오히려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같은 조기 취업 정책은 연방 정부가 추진하는 대학 진학 장려책과 노선을 달리하고 있어 과거의 교육 방향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흑인과 원주민, 히스패닉계가 백인·아시아계와 경제적·사회적 격차를 좁히지 못하는 주 원인을 대학 진학으로 보고 이를 독려해 왔다. 현재 미국은 25~64세 전체 인구의 39%가 전문대 이상 학력을 소지하고 있다. 그러나 라틴계는 그 절반도 안되는 20%, 원주민과 흑인은 각각 23%, 28%에 머물고 있다. 반면 백인과 아시아계는 각각 44%, 59%에 달하고 그만큼 소득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연방 정부는 전문대(커뮤니티 칼리지) 2년 과정을 전액 무상교육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까지 내놨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발표한 계획은 연소득 20만 달러 이하 가정 학생의 경우 평점 2.5점 이상만 유지하면 학비의 75%를 연방 예산, 나머지는 주 예산으로 지원해 전문대 2년 과정을 무상화시키는 것이다.
현재도 테네시주는 로또 운영 수입으로 주립 전문대생 1만5000명의 등록금을 지원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 람 이매뉴얼이 시장으로 있는 시카고도 유사한 전문대 학비 지원 사업을 시작했고 오리건주도 준비 중이다. 심지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한발 더 나가 대학교육 자체를 무상으로 실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같은 상황에서 기술·취업 교육 강화 정책이 학부모의 지지를 받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다수 학부모들은 대학 진학을 원하고 있고 대학 비진학반에 대해 학습 부진아반이라는 인식이 강해 기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고교 교육과정이 대학 진학에 필요한 과목을 필수 이수 과정으로 설정해 기술·취업 교육을 확대하는 데 무리가 따를 것이라는 의견이다.
특히 흑인·히스패닉 권익 단체들은 취업교육이 대학 진학 기회 자체를 차단하게 돼 계층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흑인·히스패닉이 소득이 낮은 직종의 직업으로만 몰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뉴올리언스주 차터스쿨협의회의 안드레 페리 전 회장은 “성공적인 직업 선택을 위해서는 학문적 소양이 바탕이 돼야 하는 만큼 기본적으로 모든 학생들은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차원의 학업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