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이 되면서 요즘 학생들은 60∼70년대 경제사정이 어렵던 시절의 학생들처럼 헌 책방을 기웃거리며 선배들이 쓰던 낡고 때 묻은 책들을 구입하지 않아도 항상 무상으로 공급하는 새 교과서를 받아 사용하고 있다.
대한교과서주식회사는 싫겠지만 학생들 가정의 빈부 차이에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무료 공급하는 현 시스템은 낭비이므로 가정형편에 따라 헌 교과서를 구입할 사람은 구입하지 않은 새 교과서 금액만큼 참고서를 대신 구입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교과서 공급 정책 변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교과서가 무상으로 공급되면 될수록 학생들은 교과서의 소중함이나 물자절약에 관심이 없어져서 평소에 간수를 소홀히 할 뿐 아니라 분실하는 일도 흔하다. 사용한 교과서라도 깨끗한 것은 후배들이 쓰도록 반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반납한 학생에게는 헌혈증서처럼 교과서 반납증서 제공을 제도화해 참고서 한 권이라도 교환할 수 있게 보상 한다면 소중하게 다루는 정신을 배우게 될 것이고 그만큼 교과서 출판에 따른 국가 예산의 낭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해마다 많은 양의 종이 원료를 외국에서 수입해 쓴다고 알려져 있다. 정부에서 교과서 발행예산을 줄인다면 그 예산만큼의 돈을 절약할 수 있고, 헌 종이도 자원으로 재활용이 가능하므로 쌀이나 비료 대신 책이나 종이로 북한을 도울 수도 있다고 본다.
지금은 실업계 고등학생 중에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아 수업료 면제, 교과서 무상공급 등 경제적 지원을 확대해 실업교육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교육청이 앞장선다는 소식을 접하니 마구 쓰고는 쓰레기통에 버리는 낭비 요소와 부족한 기자재 등 학교 여건을 바라보는 현실이 안타깝다.
학생들 사이에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엽기 갤러리 등에서 보고 배운 낙서를 교과서에 아무런 거리낌 없이 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학년말이 몇 달이나 남았는데도 자기 교과서에 사인펜, 매직으로 찍찍 긋고, 수정테이프로 가리고 문질러 이상한 장난을 하는 것이다. 어떤 엽기사이트에 사회교과서 이름을 고쳐 ‘사람으로 회 떠보자’라고 올린 초등학생의 문구가 가슴을 철렁하게 만든다.
특별한 경우 예술적이고 창의적 작품으로 평가받을 수도 있겠지만 단순모방 낙서 행위의 유행은 자원의 소중함을 모르고 공부하는 학생들이 교과서를 소홀히 다루는 대표적 예가 아닌가 한다. 이런 일이 요즘 초중고 학생 사이에 유행하는 놀이이고 보니 더 이상 어린 아이들에게 까지 확대되지 않기 바라며 교과서 공급의 제도 변화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