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사회를 정보화 사회니 지식기반 사회니 하고 앵무새처럼 교육학자나 정책 당국자들은 자주 쓰면서도 우리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학생들에게 창의적인 인간육성에 관한 제도개혁이나 교육혁신은 실종된 지 오래된 것 같다. 앞으로 학교교육은 모든 것을 잘하는 사람보다 창의성을 갖춘 사람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 초등학교에서는 고도의 상상력을 기를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과 지도방법을 강구하고, 대학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학생들을 선발해 창의적 인재를 길러내는 일이 무엇 보다 중요하다.
부존 자원이 없는 우리 나라는 창의적 인재 양성만이 살길이다. 이웃 일본만 보더라도 평준화라는 낡은 제도를 버리고 교육개혁에 나서고 있다. 교육 강국을 향한 부활의 몸짓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는 아직 평준화의 미망에 사로잡혀 한치의 앞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서열화와 경쟁을 죄악시하는 한국 교육의 현주소다.
그런데 최근 일본 문부과학성은 올 들어 주5일제 실시 재검토, 독해력 향상 프로그램 도입 등 학력 경쟁력 중시 교육 대책을 시리즈로 발표하고 있다. 2006년부터 전국의 일제고사가 부활하고, 경쟁심 고취를 위한 시험 결과도 공개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교육의 질 저하나 국가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문제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 우리 교육당국자들의 안목은 어떤가? 지금까지 선진국의 교육이론이라면 무조건 아무런 여과 없이 그대로 들여와 적용하다 실패한 교육정책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좋은 제도라 생각하면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지정학적인 면, 산업구조 면, 교육의 흐름 면에서 우리와 비슷한 일본의 교육정책이 무엇을 뜻하는지 살펴보고, 우리의 교육정책을 과감히 바꾸지 않고서는 국가간 경쟁에서 살아남기가 힘들 것이다.
교육개혁이나 혁신 차원에서 하루 빨리 고교 평준화 정책을 버리고 자립형 사립학교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물론 일부에서는 ‘귀족학교’ 부의세습‘ 위화감 조성’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겠지만 미래지향적인 교육정책이라고 생각하면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교육강국 부활을 꿈꾸는 일본과 싱가포르와 비교할 때 거꾸로 가는 한국교육 정책이 한심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우리 나라는 지난 2002년 교육인적자원부가 전국의 초등학교 3학년 70만명을 상대로 한 기초학력 진단평가를 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일부 교육단체들은 학교가 서열화와 경쟁을 부추긴다며 강력 반발에 부딪혀 곤욕을 치른 적이 있었다. 그런데 3년이 지난 금년에 일부 시도가 학력고사를 실시하겠다고 공식 발표하고 시행되고 있어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수학실력 부동의 세계1위 싱가포르의 초등학교 실태를 잠깐 살펴 보자
싱가포르는 학생들의 수학실력을 국제교육성취도평가협회(IEA)조사에서 1995년 이후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2003년도 초등학교 4학년 각국별 수학 평균점을 살펴보면, 싱가포르 594점, 홍콩575, 일본 565, 대만 564, 벨기에 551, 네덜란드 540, 라트비아 536, 라투아니아 534, 러시아 532, 영국 531점으로 나타났다.
싱가포르 학생들의 수학 경쟁력 비결은 ‘우열반 편성교육’과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진 교과서’라고 한다. 싱가포르에서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최소한 4차례 선발시험을 통해 우열반을 편성해 수학을 가르친다고 한다.
‘우열반 편성이 학생들에게 가혹하지 않는냐’는 지적에 싱가포르 교육부 관리는 “개인의 능력에 따라 지도하지 않으면 공부 못하는 학생들을 영원히 구제하기 힘들다”고 말한다고 한다. 물론 우리 나라와 같이 일부 반대하는 사람도 있지만 과감히 정책을 추진한다고 할 수 있다.
우열반 편성으로 학습량은 늘어나지만 IEA의 2003년도 조사에서 “수학공부가 즐겁다”고 응답한 학생이 84%(일본 65%)로 45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중2도 75%(일본39%)로 조사됐다. 수학공부가 즐거운 이유는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진 교과서’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싱가포르의 수학 교과서는 유럽, 아시아 등 20개국에 수출될 정도로 정평이 나 있다. 그림과 삽화를 이용해 기본 개념을 깊이 있게 설명하고 이해가 쉽도록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도 싱가포르의 교과서를 부교재로 채택하는 학교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창의성 교육은 초등학교에서부터 체계적인 교육이 있을 때 가능하다. 우리 헌법 31조에도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가 명시되어 있고, 제7차 교육과정에서의 지향점이 ‘개인차를 고려한 수준별 교육과정’이 아닌가? 이러한 법적 근거를 두고도 몇 사람들의 성토 때문에 바른 교육정책을 추진 못하는 교육당국이 있다는 자체가 부끄럽기 짝이 없다.
지금부터 라도 옳다고 생각되면 초등학교에 필수과목에 대해 일제고사를 실시하고, 공개하며, 교과서도 새롭게 편찬하고, 기초 및 기본학습 부진아 구제 차원에서 우열반을 편성해야 한다. 이런 문제 추진여부를 학부모에게 물어 보면 결과는 어떨지 궁금하지도 않는가?
지금 학교현장에 기초학습 부진아가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하는가? 3RS(읽기, 쓰기, 셈하기)가 부족한 학생들이 있는 한 기본학습 정착이 어렵고 더 나아가 창의성이 있는 영재교육은 더더욱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 측면에서 수월성 교육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30년간 시도해 본 평준화 교육은 그 나름의 역할에도 불구하고 이제 피로감이 누적돼 있다. 그래서 일부 평준화지역 학부모들이 비 평준화를 요구하고 있지 않는가? 수요자 중심의 차원에서도 이제 받아 드려져야 할 때가 왔다고 본다.
이제 1등만이 살아남는 국가경쟁력 속에서 어울리지 않는 ‘낡은 옷’이 된지 오래 임에도 일부 정치권, 학부모단체, 교육단체들은 여전히 이를 금과옥조로 여기고 있으니 앞으로 21세기 세계속의 한국은 어디즘에 머무르고 있을지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 유독 교육정책입안자들은 알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지? 어디 변명한번 들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