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보급대수 3300만대, 휴대전화 보급률(74%) 세계 1위, 세계 최고의 모바일 기술과 인프라를 갖춘 정보기술(IT) 강국 대한민국의 성적표는 정말 화려하다.
인간의 편익을 위해 만들어진 휴대전화도 잘못 사용하면 해(害)가 됨은 물론이다. 휴대전화로 인한 역기능은 주로 많은 사람들이 모이거나 함께 생활하는 공공장소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도서관에서 수시로 울려대는 휴대전화 진동음, 공연장이나 전시장 내에서 작품 감상을 방해하는 무분별한 벨소리,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버스나 지하철이 마치 자신의 안방이라도 되는 듯 큰 소리로 통화하는 몰지각한 모습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왜곡된 휴대전화 문화는 교육현장이라고 해서 다를 리 없다. 이제 휴대전화는 초등학생부터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문화적 트렌드(양상)로 자리잡았다. 청소년들의 의사 전달 수단은 과거처럼 말과 쪽지가 아니라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가 대신하고 있다. 그러니 아이들 사이에서 ‘친구는 없어도 휴대전화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말까지 서슴없이 나오는 실정이다.
감각기관을 자극하여 즉시적 만족을 유발하는 휴대전화는 그 특성상 중독성이 강할 수밖에 없다. 특히 한창 배움의 과정에 있는 청소년들이 휴대전화에 탐닉할 경우 자칫 폭넓은 사고력과 강한 인내심이 필요한 학습활동에 방해 요인으로 작용할 개연성이 무척 높다. 흔히 엄지족(양손의 엄지를 사용하여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청소년)이라 불리는 학생들 가운데는 수업 시간에도 교사들의 눈을 피해가며 교묘히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는다. 이제 교실에서 휴대전화로 인하여 수업의 리듬이 끊어지는 현상은 결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휴대전화로 인한 폐해는 지난해 치러진 수학능력시험을 통하여 극명하게 드러난 바 있다. 교육당국은 올해부터 수능시험장에서 수험생들의 휴대전화 소지 여부를 검사할 수 있는 금속탐지기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휴대전화를 소지하는 것만으로도 부정행위로 간주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니 수험생들은 시험도 치르기 전에 몸수색(?)부터 통과해야 하는 꼴사나운 풍경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휴대전화로 인한 폐해가 속출하자 몇몇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휴대전화 예절 지키기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물론 민간 차원의 캠페인 활동도 필요하지만 실질적인 효과에 의문이 있는 만큼 법률적인 장치를 통한 해결 방안 모색도 신중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말하자면 통신비밀보호법과 전기통신사업법, 전파법 등 일부 조항을 고쳐서라도 학교, 도서관, 공연장 같은 공공시설에 대해서는 국소지역 전파차단기 설치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이제 휴대전화는 한 나라의 경제력과 문화 수준의 척도로 인식될 만큼 그 중요성이 날로 부각되고 있다. 따라서 당국은 하루라도 빨리 공론화 과정을 거쳐 휴대전화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