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어떤 이는 사랑의 크기가 그 사람의 인격을 죄우한다고 말한다. 자기 자신만을 사랑하는 사람보다 가족을 사랑하는 사람의 사랑 그릇이 크고, 가족을 넘어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의 그릇이 크다는 뜻이다.
광복절을 맞이한 오늘, 베란다에 태극기를 내걸며 내 사랑의 크기를 생각해 보니 부끄럽기 짝이 없다. 내 그릇은 작지만, 그래도 희망이 남아 있다고 스스로 위안하기로 했다. 그것은 내 자식들을, 교실의 아이들을 그렇게 키우자는 다짐을 하며 태극기를 걸었다.
나는 여름 방학을 참 감사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휴가철이라며 산으로 들로 물놀이나 피서를 가는 사람들을 부러워 하지 않는다. 반 년 동안 제대로 읽지 못한 책들을 만나는 일, 신간 서적을 사서 읽는 일, 이미 읽었던 친구같은 책들을 다시 보는 기쁨만으로도 시간이 짧기 때문이다.
어젯밤에는 박노해의 <사람만이 희망이다>를 다시 읽었다. 이 책은 1998년 1월에 사서 읽으며 무척 감동을 받았던 책이다. 책 갈피마다 내 생각들이 적혀 있고 작가와 같이 마음 아파한 대목들이 정겹게 다가 왔다. 시간이 흘러도 마음이 통하는 옛친구는 언제나 그 자리에서 반겨주는 것처럼....
희망찬 사람은 그 자신이 희망이다 길 찾는 사람은 그 자신이 새길이다 참 좋은 사람은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사람 속에 들어 있다 사람에서 시작한다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詩 <다시> 중-
그렇다! 사람만이 희망이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사람을 소중히 하는 일 만큼은 변할 수 없는 진리이다. 사람이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되며, 그렇게 길러도 안 된다. 그렇게 가르쳐서도 안 되는 곳이 학교이며 교실이다.
광복절에 생각한다. 아이들이 희망인 교실이 되었을 때, 남북한이 어우러지는 진정한 통일의 행복을 약속 받을 수 있다고. 본질이 우선인 교실, 현상에 연연하지 않고 의연한 가정, 미래를 준비하는 어른들의 책임의식이, 날마다 감사하는 삶의 자세로 아이들에게 보여질 수 있어야겠다. 사람은 감사함의 크기 만큼 행복해지므로...
이제 보름쯤 남은 방학 동안 우리 반 '희망둥이'들을 위한 설계를 꾸려야겠다. 박노해 님의 책은 나를 깨어나게 한다. 아픔과 좌절 속에서도 세상을 향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작가의 뜨거운 인긴애가 담긴 책이다. 만날 때마다 새로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