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지만 한낮에는 아직도 무덥다. 특히 45명 정도의 혈기 왕성한 학생들이 모여 있는 교실은 사람의 열기를 더해서 그런지 땀이 흐를 정도다. 학습을 방해할 정도다.
얼마 전, 4교시 복도 순시를 하고 있는데 3학년 3반 어느 남학생이 나를 부른다.
"교감 선생님, 에어컨 켜 주세요"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교실에 들어가 본다.
"더위 때문에 공부하는데 지장이 있나 보죠?" "네" 반 학생들이 일제히 대답한다.
"이 반는 복도 옆에 화장실이 있어 맞바람이 치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덥습니다."
교과 선생님의 보충 설명이 이어진다.
"교감이 에어컨 스위치, 올리는 것 아닙니다. 행정실에 이야기 해서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습니다."
학생들은 더위에 지친 표정으로 교감의 말을 반신반의하는 표정으로 듣는다.
발걸음은 행정실로 이어진다. 행정실장을 만나 사정 이야기를 하니 곧바로 담당 기사에게 지시가 떨어진다. 에어컨을 가동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교육을 이해하여 주는 행정실장이 고맙다. 덕분에 학생들에게 교감의 체면, 위신이 서게 되었다.
학교행정실과 교무실, 일반직원과 선생님, 교감과 행정실장 사이가 좋은 곳도 있지만 티격태격하는 곳도 보았다. 우리 학교는 행정실이 교육을 위한 지원 행정을 펼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행정직들이 선생님을 대하는 태도가 공손하고 긍정적이다. 부딪침이 별로 없다. 그렇게 되도록 사전 교육을 시킨 행정실장이 고맙다.
지원행정, 그렇게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행정실장 마음먹기에 달렸다. 교감과 행정실장이 서로 맡은 바 일을 존중하고 협력할 때 교육의 효과는 극대화된다. 물론 교감과 행정실장이 평상시 호흡이 맞아야 함은 물론이다.
아직, 학교 전기료가 산업용보다 비싼 상황인데, 학생들이 자꾸 교감을 부를까봐 한편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처서가 지난 지 오래다. 좀 있으면 추분이다. 그러면 막바지 더위도 완전히 꺾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