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중순부터 8월 말까지 한 달 보름 가까이 진행된 수시 1학기 모집이 끝나자 곧바로 지난 10일부터 수시 2학기 모집이 시작되었다. 이번 수시 2학기 모집은 오는 12월 13일까지 178개 대학에서 전체 입학 정원의 40%인 14만 6천명을 선발한다. 수시 2학기 원서접수는 대학별로 날짜가 지정되어 있으나 접수 기간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사실상 2학기 내내 원서접수가 진행된다고 볼 수 있다.
2학기 수시모집에 응시하는 수험생들은 원서접수를 마쳤다고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다. 대학에 따라 약간씩의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의 대학이 논술, 면접, 적성검사 등을 전형요소로 채택하고 있다. 물론 다양한 항목을 통하여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대학측의 의도는 십분 이해하지만 대다수 대학의 전형 일정이 수능시험 이전에 잡혀 있다는 점이 문제다. 수능시험 준비만으로도 벅찬 수험생들이 가외로 수시모집에 지원한 대학의 전형 일정에 따라 시험을 치르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수시모집에 3∼4개의 대학에 지원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수능시험을 목전에 두고 차분하게 시험준비에 매진할 필요가 있는 고3 교실이 오히려 혼란스러울 정도다. 수시모집에 응시한 학생들이 대학별 전형에 응시하기 위해 수업에 불참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학습 분위기도 엉망이 되기 일쑤다. 이처럼 수능시험을 앞두고 실시되는 수시 전형으로 인하여 고교 교육이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라면 차제에 전형 일정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수시모집은 2002학년도 대학입시부터 특정한 재능과 소질을 가진 학생을 지역과 계층을 구분하지 않고 선발함으로써 사회통합을 유도한다는 취지로 도입되었다. 그러나 개별 학생의 능력 및 학업성취도를 가늠할 수 있는 자료가 충분하지 않고 그나마 고교 내신마저 왜곡된 상황에서 수시모집은 사실상 빛좋은 개살구나 다름없었다.
그간 고교에서도 수시모집으로 인한 폐해를 지속적으로 제기한 바 있다. 특히 학기중에 치러지는 수시모집은 내신과 수능 준비만으로도 벅찬 학생들에게 수업공백을 초래하고 많게는 몇 십만원씩 소요되는 전형료와 부대비용은 가정경제에도 큰 부담이 되었다. 또한 교사들이 학생상담과 서류준비로 인하여 격무에 시달리는 등 많은 부작용이 드러난 바 있다.
다행히 수시모집에 합격한 학생들도 특별한 교육 프로그램이 없어 남은 학교생활을 의미없이 보내는 경우가 많다. 지난 1학기 수시모집에 합격한 학생들은 합격의 기쁨도 잠시뿐, 수능 대비를 위해 문제풀이 중심으로 진행되는 학교수업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참여하는 수밖에 별 도리가 없어 아까운 시간만 낭비하는 꼴이다. 학교에서도 2학기 수시모집과 정시모집에 집중하느라 1학기 수시모집에 합격한 학생들을 관리할 수 있는 여력도 없거니와 관심이 있다해도 특별한 프로그램이 없어 그대로 방치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런 면에서 고교 교육을 파행으로 이끈 원인 중의 하나이며 대학측에는 고교등급제의 빌미를 제공한 수시모집 전형 일정을 차라리 수능 이후로 돌리는 것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정시모집 일정을 고려할 때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수능시험이 끝나고 성적표를 받기까지 한 달 가까운 기간 동안 고3 교실은 사실상 공백 상태나 다름없다. 이로 인하여 수능시험이 끝나면 학교마다 고3 학생들 지도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실정을 감안한다면, 차라리 이 기간을 수시모집 전형 시기로 활용한다면 수능 이후의 공백을 메우는 데 더 효율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