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우리 내부에 있는 얼어붙은 바다를 깰 수 있는 도끼여야 해" - 카프카
오늘은 구례군 독서토론회 날입니다. 각 학교를 대표하는 12명의 쟁쟁한 어린이들이 그 동안 읽고 키운 마음의 밭을 친구들 앞에 내놓고 서로의 좋은 의견을 주고 받는 시간을 갖는 날입니다.
독서토론회의 목적이 좋은 책을 읽고 비판적 안목을 키우며 사고력을 배양시키는 것임을 바탕에 깔고서, 사춘기에 접어든 6학년 어린이들에게 오늘을 사는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독서를 통해서 간접 경험을 시키는 '의도된 교육'의 장을 마련한 것입니다.
목적이 뚜렷한 독서교육으로 자기주도적 학습력을 배양하는 일, 합리적 근거를 제시하여 자기주장을 논리적으로 증명하는 고등정신기능을 신장시키는 일,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며 자기의 주장을 펼치는 건전한 토론문화 형성이라는 3마리 토끼를 겨냥한 독서토론회를 준비한 사회자로서 이 자리에 임한 저 또한 아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책을 읽어서 더 행복했던 한 주일이었습니다.
이금이 작가가 쓴 '너도 하늘말라리야'는 소희와 바우, 미르 세 어린이가 각기 다른 환경에서 자라면서도 그들의 공통분모인 결손가정이라는 굴레를 벗고 한 이간으로서 성잘해 가는 모습을 그린 창작동화입니다. 우리 사회의 아픈 단면인 이혼과 부모의 별거,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어서 자폐를 보이는 소년, 아픔마저도 담담히 이겨내며 하늘 말라리처럼 하늘을 우러르며 소망을 키워가는 눈물겨운 소녀의 모습이 토속어와 들꽃들이 지천으로 열린 달밭 동네를 무대로 펼쳐집니다.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결손가정 어린이들의 아픔을 들여다 보며 행복한 가정의 아이들은 자신을 반성하는 거울을 삼을 수 있고, 같은 처지에 있는 어린이는 동질의식으로 함께 눈물을 흘리며 주인공처럼 강인하게 자신의 아픔도 녹여낼 수 있다고 말하는 모습을 보며 대견함으로 벅찬 시간이었답니다.
작가의 의도를 알고 주제를 파악하는 힘을 심사하는 선생님들과 지도 교사 선생님들이 보여주는 미소를 바라보며 우리 아이들이 잘 자라고 있음을 함께 기뻐하였던 자리. 의도적으로 갈등 사태를 제시하여 찬반 토론을 붙이며 생각의 깊이를 재는 순간조차도 아름다운 미소와 진지한 경청 자세를 견지하며 듣고 메모하고 질의하며 나와 다른 친구들의 의견에서 더 넓은 세계를 만나 보람되었다는 소감 발표는 또 다른 수확의 기쁨이었습니다.
해마다 자기 키만큼의 책을 읽었다는 링컨이야기, 좋은 책을 만나면 3천 년도 더 사는 것 같다던 에머슨이야기, 헬렌 니어링이 말하는 3가지 습관(일하는 습관, 건강을 관리하는 습관, 책을 읽는 습관),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의 특징이 독서광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줄 때, 반짝이던 아이들의 진지한 표정은 아름답기 그지 없었습니다.
나는 아이들의 가능성과 발전을 향한 의지를 믿으며 좋은 책과 친구하며 생각하는 어린이들이 넘쳐나서 '독서강국'의 미래를 아이들과 약속하며 행복한 시간을 사진으로 남겼답니다. 토론에 참여한 어린이 중에는 주인공처럼 같은 아픔을 지닌 어린이가 있었는데, 자신의 아픔을 드러내 놓고 발표하는 그 용기를 함께 격려하는 박수를 보냈습니다. 밖으로 드러낸 아픔은 이제 혼자만의 아픔이 아니니 그 아픔이 진주로 발전해 가는 증거라는 격려를 함께 조언해 주던 시간까지도 결코 잊지 않으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