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맞아 그동안 미뤄 두고 읽지 못했던 책을 읽으며 다소 여유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며칠 전에는 같은 시골 학교에 근무하다가 재임용고사를 치르고 도시로 입성한 후배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런데 그 후배 왈, "선생님 저는 괜히 도시로 왔나 봐요. 제 체질이 아니예요. 자그마한 시골학교에서 동료교사들과 아이들과 가족처럼 친하게 지내던 때가 행복했어요."하면서 한숨을 쉬는게 아닌가. 누구는 도시로 들어가지 못해서 안달인데 염장 지르냐? 하며 웃었지만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방학식날 이런저런 시상을 한꺼번에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후배의 담임반 아이들 몇 명도 상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아이들이 친구가 상을 받을 때 아무도 박수를 치지 않더란다.
"얘들아 친구가 상을 받으면 축하의 박수를 쳐줘야지."하면서 선생님이 열심히 박수치면서 박수치기를 종용했지만 아무도 박수를 치지 않더란다. "왜 박수를 치지 않는 거야?" 하고 물었더니 "내가 상을 받지도 않는데 왜 박수를 쳐야 되요?"하며 오히려 반문을 하더란다. 후배는 친구가 상을 받을때 뿐만 아니라 매사 아이들이 모두 이기적이고 남에 대한 배려나 이해심이 없다고 푸념을 했다.
"물론 도시 아이들이 시골 아이들보다 대부분 더 똑똑해요. 학기중은 물론 방학중에는 학급의 20% 이상이 해외연수를 가고, 나는 켤 줄도 모르는 바이올린도 켜고 영어 발음도 교사인 나보다 나아요. 그렇지만 누가 아이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요?"하고 후배는 한숨을 계속해서 내 쉬었다. 아직 도시의 학교 상황에 적응하지 못하는 후배의 사소한 교단 부적응현상 일수도 있지만 절대 그렇지만은 않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 아이들에게 무슨 문제가 생겼을까? 아이들은 어느새 자기 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아이들고 길러지고 있었던 것이다. 대도시 아이들이 다 그렇다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을 저 지경에 이르게 한 학부형과 학교와 교사는 무언가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요즘의 아이들은 대부분 한 자녀 가정이나 두 자녀 가정의 아이들이다. 그래서 그런지 지나치게 소중하게 관리 되어지고 길러지고 있다. 부모의 아낌없는 투자를 받으며 '귀한자식 매 한대 더 치라'는 말은 구시대의 유물이 되었다. 아이들은 남에 대한 배려를 배우지 못했고, 남에 대한 이해나 양보를 배우지도 못했다. 남보다 앞서야 하고 남보다 잘나야 하고 친구가 아니라 내가 1등을 해야 하고 내가 상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이 험한 경쟁사회에서 낙오되지 않고 남보다 더 많이 누리며 행복하게 살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니 나보다 잘하는 친구가 예쁘기는커녕 오로지 질투의 대상이거나 경쟁의 대상이거나 혹은 무관심의 대상인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나 혼자만 잘 살면 되는 세상이 아니다. 이웃이 모두 굶으며 고통 받고 있을 때 저나 제 식구만 배부르게 먹는다고해서 행복하다면 그것은 참다운 인간적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옛날 이야기 중에 흉년에 부자가 곳간을 헐어 이웃을 먹여 살렸다는 이야기도 심심잖게 나오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6,70년대를 거치면서 보릿고개를 넘으며 굶주림에서 허덕이던 시대를 건너 왔다. 이제는 우리 아이들에게 타인에 대한 배려나 이해와 사랑을 가르치고 우리사회는 나 혼자만 잘 살면 되는게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공동체임을 가르쳐야 할 때다. 그것이 우리를 인간적인 삶으로 이끌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것이다. 친구가 무언가 잘해서 상을 받을 때는 축하의 박수 정도는 아낌없이 쳐주는 예쁜 아이들로 길러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