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자 D일보 여론마당에 천안의 모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 도교육청 영어시범학교로 지정 받아 2년간 초등 1,2학년 영어교육을 시킨 바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는 글이 실렸다. 그 교장선생님은 가르치는 방법에 따라 아이들을 '영어의 바다'에 빠뜨릴 수 있고 정부의 지원이 좀 더 확대된다면 더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과 잘 가르쳐 학교의 영어교육이 학부모에게 신뢰를 받으면 이런저런 사교육비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공교육이 바른 국가관을 교육하는 한 영어교육 때문에 아이들의 정체성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확신과 엄청난 비용을 조기유학이나 어학 연수비로 쏟아 붓는 현실을 직시하고 세계 시민을 기르기 위해서는 조기 영어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단 그 교장선생님의 말씀에 수긍이 간다. 그러나 몇 가지를 물어보고 싶은 충동을 금할 수 없다.
먼저 묻고 싶은 것이 그 아이들의 국어 실력이 어떤가 이다. 3학년 담임을 하면서 아이들이 필순에 맞지 않게 글을 쓰거나 철자법에 틀리게 글을 쓰는 것을 보고도 학교에서 가르칠 것이 너무 많아 틀린 글을 일일이 다 가르칠 시간도 없고 정부와 사회가 그렇게 유도하니 아이들과 그 부모들이 영어보다도 국어를 더 철저하게 배워야 한다는 의식이 부족하게 된 탓인지는 모르지만 국어를 영어보다 등한시하는 경향이 있어 국어를 바르게 가르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항상 빚진 것 같은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영어교육 시범학교였기에 일주일 1시간의 영어수업을 위해 상당한 투자를 했다고 하셨으니 그 몇 배의 국어시간을 위해 걸맞는 투자를 해서 국어를 바르게 가르쳤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둘째, 공교육이 바른 국가관을 가르치면 아이들의 정체성이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는데 고양이 울음소리는 '야옹야옹'보다는 '미유미유'가 더 정확하고 영어를 잘하면 우리말과 글은 약간 쳐저도 괜찮다는 식으로 생각을 하는 초등 1,2학년 아이들에게 어떻게 가르쳐야 바른 국가관이 형성되는 것인지가 궁금하다.
셋째 매년 수 조원을 영어를 위한 사교육비로, 조기 유학비와 해외 어학 연수비로 쏟아 붓는 현실을 직시하면 조기 영어 교육이 그 해결의 한 방법이라고 말씀하시는데 그 원인제공은 영어 만능을 주창한 일부 지도자들이 제공한 것이다. 말은 필요한 사람이 반드시 배우게 마련이고 영어가 필요한 현실을 부정할 수가 없다면 국가와 사회를 위해 영어를 구사할 필요한 인재를 기를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을 일년 내내 영어 한 마디도 안하고 사는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모두가 영어구사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무리한 발상을 해서 그런 필요 이상의 경비를 발생시킨 것인데 이왕 그것이 현실이니 맞추자는 것 같아 좀 씁쓸하다.
이 글은 그 교장선생님의 말씀에 반박하고 싶어하는 말이 아니고 개인적으로 죄송하기도 하지만 교장선생님의 그런 말씀이 학교현장에 미칠 영향과 선생님들의 어깨에 얹힐 무게, 그리고 이런 정책을 제안한 사람들의 박수소리를 생각하면 이왕 쓰실 글에 좀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쓰셨으면 해서 해보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