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그러했듯이 올 2006년에도 일선 각급학교는 요즘 새 학년 교육과정운영계획 세우기에 분주하다. 교육청에서도 역시 이를 돕기 위해서 학교장을 불러다 놓고 심층 연수를 시키는가 하면, 교육과정부장은 부장대로, 교감은 교감대로 새해 교육과정 운영이 소홀히 될까봐 동분서주 중에 있다. 칭찬하건데 노력만은 가히 쌍수를 들어 환영할 만한 일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이 어디 노력만으로 될 일인가? 금년 들어 혁신, 혁신하는데, 혁신이 노력으로 될 일이 아니라면 결국, 교육 입안자들의 근본적인 마인드를 변화시킴이 어떨 런지 조심스럽게 제언하고 싶다.
사실 말로는 개혁, 혁신이라지만, 우리교육은 매년 같은 시기에, 똑같은 방법을, 그것도 관주도로 한 틀에 몰아넣고 있다. 그렇다보니 소비자들이 야단이다. 한마디로 “뭐 한 가지 제대로 교육시켜내지도 못하면서, 돈만 없애고, 또 시간만 축 내니 존경은커녕 믿을 수조차 없다”는 볼멘소리가 들린다. 그런데도 주관하는 교육관청은 이를 고칠 생각은 않고 매년 그 타령이니, 이는 일러 숲을 볼 줄 모르고 가느다란 줄기 하나, 꽃 한 송이만 잡고, 검으니 희니, 꽃이 고우니 추하니 하며 왈가왈부 하는 격이니 한솥밥을 먹는 현장 관리자 입장에서 볼 때 심히 답답한 광경이 아닐 수 없다.
늘 그래왔듯이 올해도 제일먼저 교육청은 교육지표 먼저 바꿨다. 그리고 그에 따라서 교육 시책을 바꿨고, 구현중점, 특색사업, 노력중점이 바꿔 놓았다. 뿐만 아니라 바뀐 시책에 따라 교육부, 교육청, 층층시하 윗 관청이 내건 각종 슬로건, 지표, 시책이 거의 20 여 가지에 이르도록 그 양이 많아졌고, 또 이 틀에 제도권 교육을 넣기 위해서 연수라는 이름으로 모이고, 지시하고, 또 내사해서 점검하곤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20여 가지의 많은 시책과 해마다 바뀌는 시책, 지표만의 문제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일선 학교 교육을 일율적으로 같은 관에 몰아넣고 옴짝 달삭도 못하게 한다는 사실이다. 방학 중에도 시시때때로 공문, 업무연락, 현장점검을 하는가 하면, 수시로 와라 가라. 연수, 웍샵 등으로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 것이다.
엊그제도 교육청에서 행정실장과 또는 관계부장과 합동 연수가 있었다. 그런데 거기서도 역시 교육과정 편성 운영 지침은 이러니 이렇게 하고, 주5일제는 저러니 저렇게 운영하며, 또 운동회는 한해씩 걸러서 하고, 행사는 며칠을 어떻게 하고 등을 빈틈없이 지시, 한 틀에 넣어주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수요자 감동은 뭐고, 학교 자율과 책임경영은 뭐란 말인가? 말 풍년, 빛 좋은 개 살구일수 밖에.
이미 다 아는 사실이지만, 요즘 학부모들은 교사 못지않게 현명하고, 또 나름대로의 교육적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학교가 하는 일을 빤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학부모들의 요구는 거들 쳐 보지도 않고 윗 관청 시중만 들고 있는 학교를 어찌 믿고, 좋아 할 리 있겠는가? 당연히 학부모들은 학교가 싫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학부모 중에는 자녀를 조기 유학 보내 기러기 아빠를 만들고, 또 재택학습, 대안교육에 눈을 돌리는 것이다. 문제는 이제 대안 교육이 학력인가 날 예정이란다. 그렇다면 학부모들이 어디를 선택할까? 내가 학부모라도 대안교육에 매력을 느낄 것 같다. 개별성과 다양성, 융통성과 창의성, 문제해결력을 함께 길러주는 대안교육이 매력적임을 학부모들이 왜 모르겠는가?
학부모들의 바람은 곧 교사들의 바람이다. 또한 교사들의 바람은 곧 학교장의 바람으로 각급학교에서는 요즘 새 교육계획을 세우기 위하여 이미 「교육과정 운영계획을 위한 학부모, 학생 설문지」를 보내 그 결과를 준비 해 놓고 있는 실정에 있는 것이다. 그런데 교육과정 편성 운영에 관한 법적 규제, 틀에 얽매이다 보니 설문결과가 묵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면 학부모와 맞닥뜨린 학교는 어째야 하는가? 정부, 교육청 핑계를 대고 학부모 요구를 무시한다, 아니면 학부모 핑계를 대고 교육청 지시를 묵살한다? 이는 모두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 해답은 교육당국이 해결 해줘야 하는 것이다.
제안하는 바, 혁신, 혁신이 다른 게 아니다. 학교도 이제 예전과 다르다는 사실이 바로 그것이다. 고학력인 학부모가 부지기수고, 교육에 관한 한 전문가 또한 적지 않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학교운영 자문기구인 운영위원회 등, 각종 자문기구가 있는가 하면, 머리 좋고, 진취적인 신세대 교사와 함께 경험을 갖춘 관리자가 건재해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정부는 한마디로, ‘ 교사들이 놀지 않으면 일 할 것이다’라는 생각하고 모든 걸 맡기고 믿어 보라는 게 제안이라면 제안이다. 학교 나름대로 창의성과 다양성, 융통성을 발휘, 허용적인 분위기에서 자율 경영, 책임교육 할 수 있도록 한번, 한 해만 이라도 그냥 놔둬주었으면 하는 게 바람이다. 매년 할 일만 늘어놓았다가 한해가 지나면 뭘 했는지 모르고, 특히 교육수요자인 학부모 그들이 조롱하고, 외면하는 데도 계속 그런 교육, 이제 그만 하자 는 것이다. 학부모들이 영원히 외면하기 전에 한 가지라도 똑바로 하자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