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원중학교 전병기교사(39)는 요즘 꿈에 부풀어 있다. 5년간 정말 힘들게 만든 요트의 완성이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수학교사인 그가 처음 요트를 만들겠다고 작정한 것은 95년. 대학시절 스쿠버다이빙을 시작하면서 바다의 매력에 빠져든 그는 더 깊은 곳, 좀더 먼 바다로 나가고 싶었다.
"스쿠버다이빙을 제대로 하려면 배가 있어야 합니다. 배가 정말 갖고 싶었지만 작은 요트 한 척도 1억이 넘는 고가이니 엄두를 못 냈지요. 그렇다면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 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전교사는 요트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요트 만들기는 난항이었다. 국내에는 정보도 재료도 전무했기 때문이다. 어렵사리 알게된 요트 전문가 박형곤씨를 찾아 그의 도움으로 도면판매회사와 "SAIL"이라는 잡지를 알게됐고 인터넷을 통해 부품과 재료도 구입했다.
처음에는 공구사용도 서툴렀다. 매일 찔리고 다치기를 반복하며 기계톱에 손가락을 잘릴 뻔한 사고를 겪기도 했다. 도르래와 로프 등 액세서리 구입을 위해 홍콩에 다녀올 때는 세관에 걸려 고생도 했다. 방과후에는 늦은 밤까지 작업을 하고 방학땐 하루종일 배만들기에 전념했다.
배가 형체를 갖춰가자 학생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특별활동 요트부를 만들었다. 요트 안전상식, 무선통신법(그는 아마추어 무선사 자격증도 갖고 있다)을 가르치며 '서울시요트협회'와 연계, 수상훈련을 하기도 했다.
"저와 요트를 통해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하고 인생을 즐기며 사는 법을 배우면 좋겠어요. 공부에만 짓눌려 뒤도 못 돌아보는 아이들을 보면 안타깝거든요"
현재 작업공정은 95%. 배의 균형을 잡아주는 '납 채우기'만 하면 그의 요트 '발해25'는 완성된다. 길이 25피트, 무게 3톤, 간이침대 4개, 주방, 화장실과 선실을 갖춘 '발해25'. 전교사의 땀과 노력의 결실인 '발해25'는 16일 대천 월도에서의 첫 출항을 기다리고 있다.
"정말 설렙니다. 올 여름엔 가족과 함께 바다에서 살 작정이에요. 내년에는 학생들과 독도탐사를 하고 그 다음은 더 큰 배를 만들어 세계일주에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무더위에도 아랑곳없이 다시 연장을 잡는 전교사. 꿈을 꾸고, 그 꿈을 현실로 만들어 가는 모습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