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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피그말리온이냐 스티그마냐

피그말리온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조각가다. 피그말리온은 생김새가 볼품없어서 일찌감치 결혼과 사랑을 포기하고 조각에만 정열 바쳤다고 한다. 그러나 언젠가는 아름다운 여인의 사랑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고 여인상을 조각했다. 그리고 여인상을 조각하면서 그 여인상과 같이 아름다운 아내를 맞이하게 해 달라고 간절한 기도를 했다. 기도가 통했는지 조각상이 사람의 여인으로 살아나 그의 아내가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기대가 갖는 큰 힘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이 신화 속 피그말리온을 자주 들먹인다. 교육학과 심리학에서 말하는 '피그말리온 효과'도 바로 그런 뜻이다. 교사가 좋은 기대를 가지고 학생을 가르치면 그 학생은 그런 기대감을 받지 않은 학생보다 우수하게 성장할 확률이 크다는 이론이다.

이와는 반대로 스티그마 효과가 있는데, 비행학생이 자기 자신을 비행자로 인식하는 데에는 남들이 그 사람을 비행자로 낙인찍은 데서 크게 영향을 받아 비행을 저지르게 된다는 것이다. 즉 낙인과정에 의하여 비행이 낙인되면 다음부터는 의식적으로 비행을 저지른다고 한다. 범죄행위는 행위의 내재적 속성에 기인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범죄자라고 낙인을 찍는 행위에서부터 범죄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처음의 일차적 일탈은 일시적이거나 우연이었는데 사람들의 낙인에 의해서 이차적 일탈은 상습적으로 고착된다는 것이다.

얼마 전 우리학교에서도 흔히 사람들이 학교폭력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례가 있었다. 고학년 학생이 저학년 학생의 돈을 빼앗아 과자를 사먹었다고 한다. 그런데 빼앗은 학생은 “너 돈 가진 거 있니? 있으면 돈 좀 빌려 줘라”하고 갚지 않은 것뿐이라 하고 때리거나 협박하거나 하는 강제성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빼앗긴 학생은 그냥 달라고 해서 준 게 아니라 빼앗겼다고 했다. 그래서 돈을 빼앗은 학생을 불러 사과하게 하고 돈도 돌려주게 하고 네가 한 행동은 바르지 못한 행동이라는 걸 지도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양쪽부모와 선생님들 그리고 그 주변에 있는 친구들과 다른 학생들까지.

그때 든 생각이 자칫 이 아이를 낙인 찍어 버리지 않을까 하는 염려였다.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너무도 큰일인 것처럼 달려들어 아이를 야단치고 윽박지르고 떠벌리고 하는 과정에서 가해 학생이 오히려 더 큰 상처를 입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물론 아이가 한 행위와 거짓말은 미웠지만, 아직 어리므로 바르고 예쁘게 자랄 가능성이 더 많은 아이에게 혹 우리는 낙인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교사가 학생을 대하는 태도가 피그말리온의 긍정적 기대냐, 스티그마의 낙인이냐에 따라 학생의 행동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항상 좋은 바람직한 발전방향으로의 기대를 품고 교단에 서야겠다. 아무리 못된 행동을 하는 학생에게도 앞으로 바른 행동으로 고쳐지리라는 기대를 버리지 말고, 참고 기다려 주며 끊임없이. 아이들이 가는 길에 걸리는 돌부리를 치워주는 심정으로. 이것이 교직이 성직일 수 있는 이유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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