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찾아온 토요 휴업일, 지난 3월에 있었던 토요휴업일은 그때마다 급히 할 일이 있어 학교에 등교했었다. 그러니 이번의 휴업일이 오랫만에 찾아온 휴업일인 셈이다. 이런저런 일로 토요휴업일에 출근하는 교사가 한 두 명은 아닐테지만 그래도 이상하게 토요휴업일에 일이 생기는 이유를 알 수 없다. 과도기적인 주5일 수업제 실시 때문일 것으로 생각해 본다.
그동안 참여하던 교과연구회 모임에 참가했다. 토요휴업일인 탓인지 많은 회원들이 나와 있었다. 서울에서 떨어진 곳에서의 모임이었지만 참석률은 높은 편이었다. 공식모임을 마치고 서로의 대화시간, 회원 A교사 '지금 교원평가제 도입을 놓고 교육부에서 시범운영 중이지만 곧 철회되겠지 뭐.'
의아해 하는 회원들을 의식한 탓인지 A교사는 계속 이야기를 해 나갔다. '지난번에 새로 선출된 전교조 위원장이 기자회견장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무슨 이야기냐면 전교조는 교원평가제를 반대한다는 것이었지.' 옆에 있던 회원 B교사가 '그런데 그것과 교원평가제 철회하고 무슨 관계가 있다는 것인지 이해가 잘 안되는데....'
"그러니까 그 전교조 위원장이 한 말 중에 이런 말이 있었다고, '교원평가제는 정부와 보수 언론의 일방적인 여론몰이에 의해 이뤄진 대표적인 졸속정책'이라는 것이었지, 그렇다면 지금의 참여정부는 누구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수는 아니잖아, 그러니 보수 언론에 의한 여론몰이였다면 당연히 철회 해야 옳지."
'또 현 정부의 교육정책을 보면 모두 전교조가 원하는 쪽으로 가고 있잖아. 교장 선출 보직제를 주장하니까 슬그머니 교장 공모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러니까 전교조에서 교원평가제 도입을 반대하면 당연히 철회되어야지'
그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렇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4월 3일자 동아일보 사설 중에도 '현 정부의 교육정책이 전교조와 거의 동색(同色)이다. 교육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을 외치는 정부와 전교조의 나라가 ‘교육 강국, 인재 입국(立國)’이 될 수 있겠는가. 본보 여론조사 결과 국민 4명 중 1명이 기회만 된다면 교육 이민을 떠나고 싶다고 응답한 것도 교육에 대한 위기의식 때문이다.(동아일보 사설 4월 3일자)'라는 내용이 있었다.
현 정부의 교육정책이 그동안 전교조의 정책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은 사실인 모양이다. 따라서 이번에 새로 선출된 전교조 위원장이 교원평가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으니, 정부나 교육부에서도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이번에도 전교조의 손을 들어 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