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8시 뉴스에서 '수행평가 돈 주면 그만'이라는 뉴스가 전파를 탔다. 뉴스의 요지는 '수행평가 과제수행을 위해 일정액의 돈을 지불하면 대신해주는 업체가 있다. 지필고사 위주의 학교 시험을 바꾸겠다며 도입된 수행평가 제도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수행평가가 학부모 과제이다.' 대략 이런 내용이다.
어떤 근거를 기초로 하여 이런 뉴스가 전파를 탔는지, 어떤 의도로 이런 뉴스가 제작되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또한 전혀 근거없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도 인정은 한다. 다만 화면에 비춰진 내용에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여러 곳에 있다는 것이다.
첫째, 수행평가를 대신해 준다는 아파트 단지의 광고, 지금까지 교사로 재직하면서 그런 광고를 본 적이 거의 없다. 그렇다면 이런 광고가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아파트 단지 어디를 가도 볼 수 있는 광고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뉴스에서 이런 광고를 인위적으로 찾으러 다닌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둘째, 수행평가를 가정에 과제로 부과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이다. 즉 학교 수업시간을 이용해서 평가를 실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수행평가 관련하여 과제로 부과하지 말라는 규정을 정해 놓은 학교들이 상당히 많다. 뉴스를 보면 모든 과목들의 수행평가가 과제로 부과된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셋째, 인터넷에서 발명이나 독후감을 500원이면 다운받는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런 경우들이 적지않다. 독후감의 경우는 다운받은 것을 쉽게 찾아내기 어렵지만, 발명의 경우는 쉽게 찾을 수 있다. 발명 아이디어를 매년 제출하도록 하기 때문에 교사들이 심사과정에서 창작 아이디어인지, 인터넷에서 다운받은 것인지의 여·부를 쉽게 알수 있다. 결국은 업체역시 다른 사이트를 이용하기 때문에 누가 보아도 쉽게 알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발명 아이디어의 경우는 수행평가에 반영하는 경우가 흔하지 않다. 우리 학교(서울 대방중학교, 교장: 이선희)의 경우도 수행평가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
넷째, 교사들의 의견은 방영되지 않았다.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수행평가 대행업체 관계자의 이야기에만 의존하고 있다. 최소한 교사나 교육청 관계자의 의견도 함께 제시되었어야 옳다. 그렇게 해야만이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의 SBS의 수행평가관련 보도는 객관성이 결여되었다고 본다. 수행평가 대행업체의 상술에 말려든 것은 아닌지, 뭔가 이슈를 찾으려고 필요이상의 노력을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런 사실은 분명 일부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뉴스 어느 곳에도 일부분의 경우라는 멘트가 없었다. 뉴스를 시청하는 일반인들이 볼때는 모든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오해할 소지가 충분히 있다.
결국은 학교교육을 흠집내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이런 식의 보도는 교육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우기 문제만을 제기하였을 뿐, 더 이상의 내용이 없다. 가령 수행평가가 이런 문제가 있기 때문에, '폐지를 해야 한다거나, 수행평가를 과제로 부여하지 말도록 제도적으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등의 대안을 제시했어야 했다.
문제가 있으면 개선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다. 그렇더라도 일부를 전부로 바라보는 SBS의 태도는 지난해에 있었던 '위기의 선생님' 방영과 닮은꼴이라는 점에서 SBS에 대한 실망은 커져만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