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하나가 학생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다.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학생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그 학생의 인생이 180도로 변하는 것이다. 무엇이든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다. 교육자가 갖고 있는 인간관, 이래서 중요한 것이다.
웬 뚱딴지 같은 소리? 우리 학교에는 특수학급이 있다. 세월따라 그들을 보는 눈이 많이 긍정적으로 개선되긴 하였지만 아직도 차가운 구석이 남아 있다. 그러나 학교장의 리더십과 교직원의 생각에 따라 그들도 당당하게 학교 구성원 역할을 수행하면서 대접을 받는다. 결코 천덕꾸러기가 아니다. 그들은 가정에서는 물론 학교에서도 소중한 존재이다.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수원제일중학교(교장 강수남)가 행한 작은 배려가 학부모를 감동시키고 장애 학생의 인생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았다. 장애 학생의 장점을 살려 그에 맞는 상장을 준비하여 개개인에게 일일이 학교장이 직접 전달하고 격려를 하여 준 것이다.
행복,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장애학생의 학부모, '그 걸머진 십자가'가 언젠가 요긴하게 쓰여 구원을 주게 되리라고 리포터는 특수학급 학부모총회에서 말한 적이 있다. 그 날은 꼭 오리라고 믿는다.
아래 글은 본교 특수학급 학부모 어느 분이 수원교육청 '칭찬합시다'에 올린 글이다. 일반인이 장애인을 보는 눈, 조금만 따뜻해도 우리 사회는 밝아진다.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세상, 우리 함께 만들어 나가자. 그것이 바로 국민이 만드는 선진복지국가다.
#아들의 <미소>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세상을 꿈꾸며...
오늘은 <장애인의 날>입니다. 어제,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은 오늘 책가방을 챙기며 “상장 꺼내요” 합니다. 제가 먼저, 아들의 책가방에서 <알림장>을 확인했는데 상장표지가 가방색과 같아서였는지... 아니면 상장이 있으리라는 기대를 못해서였는지 알림장만 확인하고 가방에 넣었더니 아들이 상장 탄 것을 은근슬쩍 자랑하려는 듯 소리를 지릅니다. (아들의 의도는 상장 때문에 책이 안 들어 간다는 거였지만요.^^)
지난 3월 특수학급 학부모 총회시... 교장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한마디 한마디는 평소에 우리 부모들이 생각하고 있던 것들을 대변하시는 것 같아 내심 놀랐습니다. ‘학부모 총회를 통합학급 학부모와 선생님, 그리고 지역사회 대표들이 함께 참석해서 통합교육에 대한 이해를 시키는 기회로 했어야 하는데 사정이 여의치 못해 그렇게 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씀‘과 ‘4월 <장애인의 날>에 특수학급 학생들 모두에게 상장을 주시겠다’는 약속을 하셨고 그 약속을 지키신 것이었습니다.
우리 아들이 받아온 상장의 제목은 <미소상>이었지요. ‘매사에 적극적인 자세로 생활하며 항상 밝은 미소로 주위 사람들의 마음을 밝게 하여 주므로 이 상장을 줌‘ 이라고 씌여 있더군요.
일반아이들에겐 상장이 남발된다 싶을 정도로 흔하면서도 장애를 가진 아이들에겐 그 흔한 상장 하나도 받지 못하는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능력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우리 아이들이 가진 저마다의 보석같은(?) 개성을 대부분의 세상사람들은 볼 줄 모르지요. ‘개성’보다는 오로지 ‘능력’만이 인정받는 사회속에서 장애를 가진 우리 아이들은 언제나 열등한 존재일 수 밖에 없고, 그래서 <상>은 우리 아이들과는 무관한 일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요즘, 사방이 꽃으로 뒤덮였지만 꽃을 보고도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꽃을 보고 아름다움을 느끼는 사람은 마음속에 이미 꽃다운 요소가 있기 때문‘이라는 법정스님의 글귀가 생각나면서...’교장선생님께서 그런 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조기교실 다닐때 <울보>라고 각인된 우리 아들의 캐릭터가 흐른 세월속에서 <밝은 미소>가 돋보이는 아이로 바뀌었습니다. 우리 아들을 잘 모르는, 처음보는 사람들도 한결같이 말합니다.
“아들이 참, 밝네요!”
돌처럼 단단하고 나뭇가지처럼 뻣뻣하던 아들에게 밤마다 끌어안고, 뒹굴고, 뽀뽀해 주고 사랑해 준 것 밖에 없는 것 같은데 아들은 이렇게 <예쁜 미소>로 답을 해 주었습니다.
헤픈 웃음이 아닌 자신감있는 아들의 <미소>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세상, 그런 세상을 꿈꾸며... 매사에 적극적이고 항상 밝은 웃음으로 주위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밝게 하여 주는 사랑스런 아들로 성장하길 기대해 봅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지닌 진정한 가치에 의미를 부여해 주신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 특수학급 선생님들께 특수학급 학부모의 한사람으로서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