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나 청소년들이 하루에 TV나 인터넷, 컴퓨터 게임에 바치는 시간이 엄청난 현실이고 특히 유선방송이나 공중파TV의 오락 프로그램들이 대부분 젊은 청소년의 취향과 그들의 기호에 맞춰가는 실정이라 이들을 상대로 방송하는 방송인들의 우리말 사용 습관과 우리말글 실력은 바로 우리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전수된다. 따라서 방송인들이 일상 언어를 정확히 해야 하고 이들을 옳은 방향으로 이끌어갈 묘책이 요구된다.
지금은 불행하게도 하루에도 여러 번씩 다양한 채널에서 표준말이나 맞춤법에 맞지 않은 말씨, 서울 사투리, 잘못된 발음을 수시로 듣고 있다. 공개방송 사회자, 리포터, 기자, 기상 캐스터, 스포츠 중계방송 해설자, 개그맨, 심지어 원로 아나운서도 해당된다.
다행히 몇 몇 방송에서 우리말 퀴즈나 우리말 겨루기 같은 공개방송을 내보내고, <바른말 고운말> <우리말 배움터> <우리말 우리글>같은 프로그램을 연중 편성하고 있지만 방송인들의 말씨 고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인지 두 가지가 따로 논다는 느낌이다. 일시적 유행어나 비어, 속어는 제쳐두고라도 일상용어에서 즉시 고쳤으면 하는 것들을 꼽아 본다.
첫째, 서울 사투리 문제. 드라마에서는 적절한 사투리가 극 전개과정에서 재미와 실감을 더해주는 양념 구실을 한다. 그러나 뉴스 보도나 교양프로그램에서는 문제가 다르다. 지방에 살던 어린이가 서울 쪽으로 이사한 뒤 달라진 말씨를 보니 리을 덧붙이기식 발음이 심하다. 다르다[달르다], 기다려라[기달려라], 바르고[발르고], 부르고[불르고] 등의 발음은 연속극에서는 물론 정치토론 사회자, 인터뷰, 뉴스 취재기자의 말에서 너무 자주 듣고 있다.
둘째, 받침에 이은 토씨의 발음 문제. 꽃이[꼬시] 피었다. 젖을 [저슬] 먹다, 빚을[비슬,비츨] 지다, 볏짚이[볃찌비] 쌓였다, 밭이[바시] 보인다, 깨끗이[깨끄치]쓸어, 꿈도 사랑도 싣고[실코]…이 외에도 너무 많아 열거하기 조차 어렵다.
셋째, 두 갈래로 쓰이는 발음 문제. 역사극 방송에서도 우리가 평소에 쓰는 말은 가거라, 오너라, 먹어라 인데 “이리 오거라,” “어서 먹거라.” 라는 대사가 자주 나와서 그렇게도 사용하는지 의문이 생긴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평소에 옳고 그른 것을 구분하기도 힘들고 우리말에 과연 표준어가 있는지 의문이다. 짧다[짭따/짤따], 굵다[국따/굴따]로 나뉘어져 혼란을 주고 있으며, 젊은 출연자들 중에 다른 사람-[따른 사람]으로 잘못 발음하고 있고, 교과서, 중부지방, 효과[교꽈서], [중부찌방], [효꽈]로 발음하는 방송인이 있고, 또 어떤 방송 뉴스에서는 500원짜리 가짜 담배 관련 뉴스를 취재 보도하면서 ‘한 갑에 500원’이라고 할 말을 [한 갑세] 500원으로 전하는 것을 보고 ‘품삯은’, ‘책값을’, ‘넋이야’ 이런 발음을 제대로 전할 능력이 있는 방송인인지 청소년이 그대로 받아들일까 걱정스러웠다.
넷째, 어법에 맞지 않는 문장이나 상식 이하의 발음 문제. 이십 세, 삼십 세도 아니고 서른 살, 마흔 살도 아닌 칠십 구살, 이십 팔살 이라고 전달하는 뉴스앵커도 있었고, 기자들이 대부분 영상자료를 제시할 때 ‘화면 보시면서 말씀드리겠습니다’라고 하는데 주어가 생략된 말로 이해할 것인지 의문이 간다. 어법에 맞는 말이라면 ‘진지 잡수시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누워 계시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잠시 생각하시면서 말씀드리겠습니다’...등이 모두 통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본인의 생각으로는 ‘화면 보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또는 ‘화면 보시면 말씀드리겠습니다’로 고치는 것이 옳지 않을까 한다.
한 번은 개그맨 출신 방송 진행자가 명량대첩을 명랑대첩이라고 답한 출연자에게 힌트를 준다는 것이 ‘토씨 하나 차이’라고 지적했고 자막으로도 똑같이 그렇게 내보내었다. 토씨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진행자가 전하는 말을 여과 없이 내보내는 방송국의 무성의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았다.
방송인들이 바른 언어생활의 첨병 역할을 해 주어야 앞으로 어린이, 청소년 언어생활이 바르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