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면 뭐니뭐니 해도 수업을 얼마나 내실있게 잘 하느냐일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생님이 ‘내가 과연 수업을 얼마나 잘 하고 있을까’라고 질문을 받는다면 쉽사리 대답하기 힘들 것이다. 여기에는 학습자들의 반응이나 분위기에서부터 교사의 수업 준비나 진행방식까지 다양한 과정이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 교직에 입문한지 2-3년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였을 것이다. 우연히 선배 선생님께서 수업연구대회에 한 번 나가보지 않겠냐고 지나가는 말을 툭 던지시는 것이었다. 수업연구대회는 특정 학교에 가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선생님들이 수업 시범을 보이고 평가를 받는 그런 연구대회였다.
당시 뭐가 뭔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수업연구대회에 참석하게 되었고, 운이 좋았는지 모르겠지만, 예선을 통과해, 본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되었다. 정작 한 시간의 수업이 별 준비 없이도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막상 제대로 된 수업지도안을 계획하면서 깨지고 말았다. 적어도 한 달 이상을 고민하며 자료를 준비, 제작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런 어려운 준비과정이 있었기에 대회에 나오신 선생님들의 노고를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감히 선배 선생님들의 수업을 평가하다니!
우연찮게 수업연구대회에 나가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는 이유만으로 수업연구대회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하게 되었다. 아직 교육경력도 일천하고 여러모로 부족한 것이 많은지라 거절하려고 했지만 선배 선생님의 추천으로 연배에 어울리지 않게 심사위원이라는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연구대회가 있던 전날 내심 고민이 되었다. 대회에 출전하시는 선생님들이 대부분 교육경력도 많은데다 혹시나 잘못 평가를 하면 어떡하나 노심초사하는 마음으로 밤을 지세우게 되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좋은 기회라는 생각도 들었다.
교직생활을 하면서 다른 선생님들의 수업을 꼼꼼하게 살펴볼 수 있는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다. 일선 학교마다 동료장학 등을 통해 수업을 공개하고 토론도 하지만, 정작 다른 선생님의 수업을 꼼꼼하게 보고 평가한다는 것이 자칫 수업 분위기를 헤치고 나아가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을 소지도 있기 때문이다.
“교감 선생님 어떻게 평가해야 되겠습니까, 처음에는 쉽게 생각했는데 막상 다른 선생님의 수업을 평가하며 점수까지 매기려고 마음 먹으니까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서선생 너무 걱정하지마. 그냥 학교에서 배운데로, 그리고 서선생이 대회 나가서 어떤 부분에 평가를 받았는지 등을 고려하면 되지 않겠어.”
심사위원으로 오신 교감 선생님은 수 차례 심사위원으로 평가를 해 오신지라 큰 염려는 하시지 않았지만, 자칫 수업자들 사이에 점수를 두고 오고갈 수 있는 어려움을 이야기하시곤 했다.
“많은 선생님들이 어떻게 한 시간의 수업으로 평가를 할 수 있겠냐고 말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정말 뛰어난 선생님은 어떤 학교, 어떤 수준에 있는 아이들이라도 잘 가르칠 수 있는 자세가 되어 있지 않겠어. 즉 한 시간의 수업이라도 그 동안의 수많은 수업을 통해 쌓인 노하우가 발휘되지 않겠어. 간혹 어떤 선생님들은 자기가 더 수업을 잘 했다고 우기는 경우가 있는데, 그 선생님은 정작 다른 선생님의 수업을 듣지 않는 경우가 많더라고…” “맞아요, 정작 자기의 수업을 제대로 알려면 다른 선생님의 수업을 많이 봐야 한다는 생각에는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그래야만 정작 자기가 부족한 부분을 알 수 있거든요. 몇 번의 대회에 참가하면서 그래서 수업이 어렵구나라는 생각을 저도 뼈저리게 하게 되었어요. ‘저 또한 너무 우물안 개구리였구나’라는 느낌 말이죠.”
어떤 수업이 좋은 수업일까?
네 분 선생님의 수업을 꼼꼼하게 시간별로 평가하였다. 정말로 좋은 기회라 싶어 열심히 그리고 되도록 객관적인 입장에서 꼼꼼하게 평가항목별로 살피게 되었다.
“선생님 힘드시지 않았습니까?” “힘들지, 서선생도 수업할 때보다 더 힘들 껄.” “정말 이렇게 수업을 평가한다는 것이 어려운 줄 몰랐어요. 다들 교사의 전문성을 이야기하는데, 정말로 수업이야말로 전문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이번에 절실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경험 했구만. 앞으로 이 경험이 교직생활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꺼야.”
평가가 끝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네 분의 수업을 다시 한번 꼽씹어 보았다.
교사가 지나치게 움츠러 들어 자칫 과도한 학생 위주의 활동만이 이루어진 부분, 교사 혼자서 억지로 아이들을 모두 이끌어 가려고 했던 장면, 정작 수업 내용과는 동떨어진 것으로 궤도를 이탈해 버린 경우, 너무 많은 것을 한 시간에 다루려고 대충대충 넘어가 버린 경우 등이 머릿속을 꽉 채우는 느낌이었다.
‘나도 평소에 아이들에게 저렇게 했을까’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물론 대부분의 선생님이 한 시간의 수업을 위해 열심히 노력한 결과이기 때문에 여타 수업보다는 분명 나은 면들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자꾸만 부정적인 부분만이 확대되어 마음속에 자리잡는 것이었다.
평가를 위해 혹은 점수를 매기기 위해 우선적으로 선생님들의 부족한 부분, 다루기 힘든 부분, 실수하는 부분 등 긍정적인 면 보다는 부정적인 면을 중점적으로 보았기 때문에 생긴 결과라고 스스로 결론을 내렸다.
내일이면 또 다시 학교로 돌아가 아이들을 대해야 한다. ‘과연 우리 아이들은 나를 어떤 교사로 여길까’라는 생각이 자꾸만 머릿속을 헤집어 놓고 있었다. ‘다른 선생님들의 수업을 점수 매기면서도 정작 스스로의 수업에 대해서는 한 번도 점수를 매겨보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자꾸만 우리 아이들의 얼굴과 겹쳐 떠 오르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