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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8월 정년 퇴임 교장선생님을 뵈었어요

몇 일 전, 8월이면 정년 퇴임을 하는 인문계 S고등학교 G교장(62) 선생님을 뵈었다. 그러니까 평생을 교직에 몸바치시고 이제 3개월만 더 머무시면 자연인으로 돌아가실 분이다.

교총에 충고의 말씀을 하여 주신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소수가 뜻을 모아 목소리를 높이면 정부가 이를 받아 주는데 말없는 다수가 가만히 있으면 알아 주지 않는다"며 "교총이 말없는 다수의 의견을 결집할 수 있는 역할을 하여 주고 행동에 옮겨 주었으면 한다"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교총 회원으로서 소속감을 느끼게 하여 주고 전문성을 향상시킬 기회를 주었으면 한다"고 소망을 밝히신다. 이 분은 시도(또는 시군)교총에서 현장연구대회 주관, 이에 따른 사전 연수, 등산대회, 스승의 날 행사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계신다.

"교총에 불만족인 사람들이 뉴라이트 교원단체를 조직하는 것을 보면 교총의 활동이 미흡했음을 알게 해 주는 것 아니냐"고 묻는다. "교총이 현장 교육에서 잘못된 것 바로 잡고, 학부모로부터 호응을 얻으면 교원들은 힘을 받는다"고 힘주어 말씀하신다. 학교장으로서 모 단체의 강성 선생님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으나 그들과 똑같이 대응하지 않고 감싸안고 수용할 것은 수용하고 잘못된 것은 조용히 지적하여 주고 학교경영에 동참시키니 그 단체 인원이 반으로 줄어 들었다고 말씀하신다.

요즘 학교 교장들의 심정도 말씀하신다. "하루하루가 가시방석 같다. 하루 빨리 교단을 떠났으면 좋겠다"이다. '국민의 정부'에 이은 '참여정부'의 교원정책, 요즘의 사회 흐름을 반영한 말씀이다. "인재 양성이라는 측면에서, 사람을 올바른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교사라는 직업은 사람으로 태어나 해 볼만한 정말로 멋진 직업이다"라는 말씀도 빠뜨리지 않으신다.

"과거엔 정년 퇴직을 앞둔 분들의 소회가 '정말 아쉽다' '좀 더 있었으면'이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쓸쓸한 표정을 지으신다. 과연 누가 한 평생 교단에 몸 바친 교장을 이렇게 허망하게 만드는가?

필자가 알고 있는 몇 분의 교장선생님들, 모두 퇴임식을 하지 않는다고 마음을 굳히셨다. 교감이, 행정실장이, 친목회에서 아무리 설득해도 마다 하신다. 이 결심은 이미 학교 예산을 세운, 학사일정이 완성된 2월에 이루어진 것이다. 슬픈 우리의 교육현실이다.

G교장은 장로님이다. 성경의 말씀을 인용하여 말씀하시는데 아직도 그 말씀이 선명히 기억에 남는다.

"권세는 하나님이 주신 것이다. 그러므로 권세를 잡은 사람은 존경 받아야 한다. 그 대신 그 사람은 하나님(국민)의 뜻대로 국민이 잘 살게, 국가를 발전시키는데 혼신을 쏟아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정치를 펼쳐야 한다. 권세를 잡은 사람은 겸손해야 한다. 하나님(국민)을 무서워 할 줄 알아야 한다. 오만과 독선을 버려야 한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그렇지 않다. 최고지도자가 멋대로(?) 국정 운영을 한다. 그래서는 안 된다."

필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씀을 조용히 듣고 있었다. 교원 정년 단축 이후 요 몇 년 사이, 평생을 봉직한 교단에서 보람과 긍지보다는 한(恨)을 갖고 떠나시는 분들도 종종 보아 왔기에 더 이상 무어라 말씀 드리기가 어려웠다.

정부와 여당, 국민이 등을 돌린 이유 알고나 있을까? 우리 국민들 어느 날 갑자기 차가워 진 것이 아니다. 탄핵 반대 열풍을 보면 그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속고 속아,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의 시행착오에 신물이 나,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오늘에 이른 것이다. 속죄하고 국민의 뜻 겸허히 받아 들였으면 한다. 정치 꼼수를 쓰거나 눈물 흘리며 감성에 호소하지 말고. 억지로 판세 돌리려 하지 말고. 이제 더 이상 속아 넘어갈 국민들이 아닌 것 같다.

G교장과 대화를 마친 필자의 심정이 허전하기만 하다. 그 교장선생님을 보니 마치 슬픈 나의 자화상을 보는 듯하다. 참 우울하다. 지도자 정말 잘 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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