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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억지로라도 시켜야

80년대 초 함안종고(현,함안고)에서 고3 담임을 하던 때입니다. 학생들의 분포도를 보면 학교 주변의 학생들은 거의 마산 쪽으로 가고 없고, 학교에서 이삼 십리 떨어져 있는 시골에 살고 있는 학생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들은 버스를 타든지 아니면 자전거를 주로 이용해 통학을 하였습니다. 그 중 형편이 나은 학생은 학교 주변에서 자취를 하는 정도였지요.

그 때도 저녁에 야간자율학습을 하였는데 사정이 있어 자율학습을 못하는 몇몇 학생을 빼놓고는 거의 다 참석하였습니다. 그런데 평소 자율학습에 참석치 않았던 학생 한 명이 졸업식 하는 날 식이 끝난 후 교무실에 찾아왔습니다.

졸업식 때 찾아왔으니 수고했다고 인사를 하려니 생각했는데 난데없이 나를 원망하는 말을 하였습니다. '선생님 왜 저를 억지로라도 야간자율학습을 시키지 안했어요? 그 때 강제로라도 공부를 시켰더라면 대학 갈 수 있었을 텐데...'라고요.

그 학생은 5-6km나 되는 길을 자전거를 타고 다녔는데 평소에 애도 착하고 열심히 하려는 흔적이 보여 그 학생에게 공부할 기회를 놓치면 안 되니까 힘들더라도 학교 가까이 자취를 하면서 함께 야간자율학습에 참여하도록 타이르고 권했으나 아주 완강하게 거부하더군요.

몇 년 전 의학공부를 하고 있는 조카의 결혼식에 참석했는데 결혼식이 끝난 후 형수님께서 조카에 대해 하시는 말씀이 생각납니다. 이 조카가 어느 날 '어머니 왜 저에게 어릴 때 피아노를 시키지 안했어요? 그 때 때려서라도 억지로 피아노를 시켰더라면 지금은 취미생활을 잘 할 수 있을 텐데...'라고 말하더랍니다. 몇 번이고 자기 누나와 함께 피아노를 배우라고 했으나 치기 싫다고 거부를 해서 그만 시키지 않았다고 합니다.

전자는 1년 뒤에 나타난 반응이고, 후자는 수십 년 뒤에 나타난 반응이지만 반응의 결과는 동일했습니다. '왜 억지로라도 시키지 안했어요?'였습니다. 여기에서 저는 배움에 있는 학생들에게는 이것이 교육적 도움이 되겠다 싶으면 억지로라도 시킬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학생들이나 자녀들에게 비위만 맞춰 줘서도 안 되겠고 학생들이 하기 싫다고 내버려 두는 것도 선생님이나 부모들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학생들은 미래에 대한 생각들이 성숙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무조건 하기 싫다고 내버려두지 말고 교육의 목적을 위해 억지로라도 이끌어가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전'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신세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들의 비위를 맞춰 주라는 것이 아니다.....신세대는 그 비전을 받을 만한 거룩한 존재임을 인식시켜 줘야 한다. 그것을 이루기까지 끝없이 사랑으로 돌봐 주고, 격려해 주고 꾸짖어 주고, 다듬어 주는 그런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렇습니다. 그들에게 점수를 따려고 비위를 맞춰 줄 게 아니라 현재의 위치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고 그 길을 따라 갈 수 있도록 좀 더 격려해 주고 꾸짖어주는 역할을 소홀히 하지 안 했더라면 그 학생은 졸업식 날 원망 대신 감사의 말을 하지 안 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어느 교수님의 글 속에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이런 아름다움, 예능은 이를수록 좋다는 것이다. 우리 어린이들에게 아름다움을 많이 보여주고, 들려주고, 가르쳐줘야겠다. 아름다움에 많이 감동하고, 감명받고, 감격하고, 흥분하게 해줘야겠다. 어렸을 적의 이러한 추억은 거의 평생 영향력을 갖는다. 어린이들에게 많은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들려주는 것은 전적으로 어른들의 손에 달려 있다.....’

장래 자녀의 보다 윤택하고 아름다운 삶을 위해 어릴 적에 타고난 재능을 갈고 닦을 수 있도록 억지라라도 시켰더라면 또한 역시 원망 대신 감사의 말을 듣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가져 봅니다.
모든 면에 미완성 단계인 학생들이나 어린 자녀들에게 비위만 맞추어 준다고 꾸짖음과 이끌어줌에 대해 인색하지 말고 선생님이나 부모님께서 판단해 옳다고 여겨진다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비전을 분명히 제시해 주면서 억지로라도 끌고나가는 것이 학생들과 자녀들을 위한 한 방법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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