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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호국(護國)' 버린 참여정부


6월은 무슨 달? 현충일과 6·25를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당연히 '호국·보훈의 달'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런데 이 당연한 것이 '보훈의 달'과 혼선을 빚고 있다. 처음엔 무능력(?) 정부의 행정착오려니 하였다. 대통령 임기말 권력누수까지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알고보니 참여정부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일대 사건이다.

의심의 시작은 도교육청에서 이첩하여 지역교육청을 거쳐 학교로 온 '2006 보훈의 달 행사 협조' 공문(2006.5.30 발송, 2006.6.1 접수)과 수원보훈지청의 '2006년도 호국·보훈의 달 행사 협조' 라는 공문(2006.5.24 발송, 2006.6.2 접수) 제목의 차이에서 출발한다. 공문 근원지와 중간시행처인 도교육청 공문이 다른 것이다.

도교육청 공문은 친절하게도 "4. 아울러 올해부터는 호국보훈의 달을 보훈의 달로 명칭을 변경하여 사용함을 알려드리며..."라고 명시해 놓았다. 그 이유는 나타나 있지 않다. 학교에 알려 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나 보다. 아니다. 수원보훈지청에서 도교육청에 보낸 공문이 그렇게 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럴 경우, 학교는 어떤 공문을 믿고 움직여야 할까? 당연히 먼저 도착한 지역교육청 공문이다. 책임감 있는 학교의 담당자라면 시일의 촉박감을 느껴 붙임의 협조사항대로 현수막과 입간판 제작에 들어간다. 우리 학교도 작년 것 재활용할 생각을 접고 거금 66,000원을 들여 교문에 '6월은 보훈의 달, 나눔으로 보훈사랑 화합으로 나라사랑' 현수막을 붙였다.

돈 타령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인터넷을 검색하여 보니 보훈처와 언론에서는 '호국·보훈의 달'이라는 명칭을 그대로 쓰고 있었다. 뭔가 이상하고 꺼림직하다. 만약, 명칭이 바뀌었다면 보훈처와 언론에서 앞장서서 '보훈의 달'이라는 것을 쓰고 국민들에게 알리는 수고를 해야 하는데 그런 것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궁금증은 수원보훈지청 보훈과 담당자(김상우)와 통화를 하고 나서 해결되었다. 그의 말에 의하면 보훈처에서 하달된 것은 '호국·보훈의 달'이 '보훈의 달'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도교육청에 공문을 그렇게 보내고…. 그러던 것이 호국 관련 단체의 반발을 산 것이다. 충분한 사전 협의가 미흡하였고 '호국'을 뺄 경우, 각종 행사에 불참한다는 보이코트 압력을 받은 것이다.

보훈처와 수원보훈지청의 경우, 행사는 성공적으로 치루어야 하겠고…. '보훈의 달'로 우기다가는 행사는 엉망으로 되고 언론의 따가운 질타를 받겠고…. '혼선'이 있었음을 인정한다. 당분간 혼용한다는 유화적 태도이다. 임기응변의 제스처로 보인다.

그러고 보니 '호국·보훈의 달'과 '보훈의 달'은 커다란 개념의 차이를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그까짓 단어 하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사상의 문제인 것이다. 국가정체성까지 들먹일 정도로 중요한 것이다. 이것을 계기교육에 접목시키면 엄청난 반향을 가져올 성질인 것이다.

국민들은 '호국·보훈의 달'과 '보훈의 달' 중 어느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지? 경기도내 3,760개 학교 중 유치원 1,814개를 제외하면 1,946개교. 이 중 대략 80%가 현수막을 '보훈의 달'로 새로 제작했다고 치면 1억원 정도가 소요되었다. 전국적으로는 계산하여 보지 않았다. 비용문제를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국민적 합의 없이, 공감대 형성 없이 누가 누구 멋대로 이렇게 바꾸냐는 것이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이미 국가보훈기본법(2005.5.31 제정. 법률 7525호) 제25조 ②항에는 "매년 6월을 '보훈의 달'로 지정한다"고 명시해 놓았다는 사실이다.

대한상이군경회, 대한전몰군경유족회, 대한전몰군경미망인회 등의 관련 단체는 이 사실을 알고나 있는지? 국민들은 이런 사실을 알고나 있는지? 홍보에 앞장선다는 참여정부는 이런 사실을 일부러 감추지는 않았는지 의구심이 더해 간다.

아하, 그러고 보니 만만한 게 교육부였다. 작년 6월 청와대에서 보낸 교육부 이첩 공문 '기능직 공무원의 선생님 호칭' 공문, 이번의 '보훈의 달' 공문 사건이 그것을 말해 준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이첩 공문이라고 책임을 떠넘기려 해서는 안 된다. 공문의 파급 효과를 볼 때 커다란 책임이 있는 것이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교육청에서 온 공문이라고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한 번 쯤 더 생각하고 의심도 해 보아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참으로 슬픈 우리의 현실이다. 사람이 사람을 믿지 못하는 현실, 관(官)을 믿지 못하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호국(護國)'을 버린 참여정부, 국민들은 이 정부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혹시나 어느 학교에서 똑똑한 학생이 6월 '호국·보훈의 달'이 '보훈의 달'로 바뀐 이유를 질문한다면 우리 선생님들은 무어라고 가르쳐 주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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