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망대해에 은은한 달빛을 받으며 떠있는 범선, 예닐곱 마리씩 젖을 물린 엄마돼지, 물레방아 돌아가는 샛길로 광주리를 이고 가는 어머니, 기지촌 군인의 얼굴을 담은 그림, 그리고 밀레의 만종….
통칭 '이발소 그림'이라 불리는 그림들. 저급하며 예술도 아니라는 취급을 받던 이런 그림을 삶과 밀착된 대중미술의 총체로 보는 작업을 하는 사람이 있다. 서울중산고 박석우(37)교사. 그는 지난 3월 "이발소그림"(동연刊)이라는 책을 출간한데 이어 갤러리 사비나와 함께 8월22일까지 서울예술의전당 제8전시관에서 '이발소명화전'을 열고있다.
"대중음악과 대중문학은 당당히 자리를 잡고 있는데 대중미술은 그렇지 못합니다. 이번 전시가 제도권 미술의 그늘에 가려져 위상이 정립되지 못한 이발소 그림의 복권에 기여했으면 합니다"
예술의전당에 걸리는 그림은 94년부터 박교사가 전국을 돌며 수집한 그림 250여점중 150점. 50년대 유행했던 복을 기원하는 돼지그림이나 혁필화, 6,70년대를 풍미했던 시골풍경, 아파트 생활이 보편화되면서 많아진 80년대 '보리밭'류 서양화 등에 이르기까지 생활 속의 다양한 그림들을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미술관의 '갇힌 미술'과는 달리 그 시대 정서와 체온이 담긴 '대중미술'은 일반인에게 건강한 즐거움을 줍니다. 저 역시 미술관에 갇힐 그림보다는 누구나 보고 감동받을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예술성과는 별개로 영원히 살아있는 그림이라는 점만으로도 '이발소그림'은 새롭게 평가받아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