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교장으로서 참 부끄러운 이야기다. 한국교원대 생활관 숙소인 청람관 계단에 미술 작품이 걸려 있다. 자세히 보니 Henri Matisse 그림이다. 미술에 조예가 없어 인터넷으로 살펴보니 20세기 야수파, 앙리 마티스(1869-1954 프랑스) 작품이다.
걸려 있는 작품명은 '댄스'. 전문가의 해설이 어어진다.
이 그림은 원시적 생명력과 삶의 싱싱한 리듬감을 보여주는 그림입니다. 단순함은 그 만큼 원초성과 상응하는 대목이기도 하고 벗은 육체도 그러하고,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순수한 몸짓으로의 춤…. 얼마나 에너지 넘치는 일인가? 녹색의 언덕 그것은 싱그러움, 구름 한 점 없는 잡티없는 파란 하늘. 거기서 노니는 인간의 순수한 몸짓….
마티스의 그림 감상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 밑에 붙은 A4 종이에 씌여진 문구가 필자를 슬프게 하는 것이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취침시간 때에 문을 너무 세게 여닫는 사례가 있어, 주변 방에 계신 분들께 취침에 방해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다른 분들을 배려하는 맘으로 조용히 열고 닫아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연수원측에서 붙였는지, 어느 연수생이 붙였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여기에 사용된 용어, 정중하고도 간곡한 표현을 보니 인격을 갖춘 예비교장 수준 이상으로 보인다.
잠시 생각에 젖는다. 이런 쪽지 보는 것 자체가 자존심이 상한다. 남을 배려한다는 것, 공동체 생활의 기본이다. 이것을 모르고, 아니 깨닫지 못하고 예비교장 연수까지 왔다는 자체가 슬프다는 것이다. 이런 분들이 교장으로 발령 받았을 때 교직원 관리, 학생교육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바람직한 학교경영, 멀리서 찾을 것이 아니다. 작은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기본생활 습관, 학생이 먼저가 아니라 선생님부터 제대로 되어 있어야 한다. 학교장이 똑바로 행동해야 한다. 그래야 교직원이 본받고 학생교육이 바르게 되는 것이다.
경기도에서 온, 필자와 아주 가까운 K 연수생은 말한다.
"나는 아침잠이 많아 그 시간 잠이 꿀맛인데 문 여닫는 소리에 잠이 다 달아나 아주 죽을 맛이다. 그 소리 들을 때마다 스트레스가 팍팍 쌓인다."
아침 5시 기상,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왜 그렇게 부지런한지? 아니면 부지런한 척 하는 것인지? 그도저도 아니면 연수 들어오기 전 선배 교장으로부터 들은 '건강이 최고다, 아침운동 꼭 하라'는 말을 그대로 실천하는 충실한 후배여서 그런지?
그나저나 '남을 배려하는 마음'은 더불어 사는 민주시민의 기본임을 이미 알고 있을 터, 실천만이 남았을 뿐이다. 학교 CEO에게는 그것이 더욱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