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안에서 뱅뱅 돌아가는 모습 새알 같고/ 손끝에서 하나하나 주무르는 모양 백합조개 입술과 비슷하다/ 다 만들어 금반(金盤) 위에 쌓아 올리니 묏부리 천봉이 첩첩이요/ 젓가락으로 집어올리니 반달이 넌즈시 떠오는구나. -김삿갓
#제일 먼저 수확한 올벼로 송편 만들어
#청태콩 송편은 궁중 태교음식 중 으뜸
열 손가락으로 조심스레 조물거려 만드는 송편은 수확의 기쁨을 알리는 추석에 먹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추석에는 제일 먼저 수확한 올벼로 송편을 만들었는데, 이를‘오려송편’이라고 한다. 송편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가 사서(史書)를 통해 내려온다.
조선시대 숙종이 밤에 남산으로 미행을 나갔는데 어디선가 낭랑한 소리가 나 따라가 보니 한 오두막에서 젊은 선비가 책을 읽고 있었다. 들창 사이로 엿보고 있었는데, 잠시 후 선비가 책을 덮으며 출출하다고 하니 부인이 벽장에서 주발 뚜껑에 담긴 송편 2개를 꺼내와 선비가 하나 먹고 남은 하나를 입에 문 채 부인에게 권하였다.
부인은 거절하지 않고 부부의 오붓한 정을 나누며 받아먹었다. 왕은 부러운 마음으로 궁궐에 돌아와서는 송편이 먹고 싶다고 나인을 통해 중전에게 전갈을 보냈다. 왕이 특별히 주문한 것이라 궁중에서는 온통 부산을 떨며 송편을 만들어 큰 푼주에 수북이 담아 전후좌우로 옹위를 하며 대령하는 것이 아닌가. 왕은 전날 밤의 환상이 깨지며 화가 울컥 치밀어 ‘내가 돼지냐’며 푼주를 내동댕이쳤지만 그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푼주의 송편이 주발뚜껑에 담긴 송편보다 못하다’는 말이 생겼다 한다.
청태콩으로 속을 채운 송편은 궁중 태교 음식으로도 으뜸이었다. 송편을 먹으면 소나무처럼 건강해지는 끈기가 생기고 절개와 정조가 강해진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솔잎의 주성분인 ‘테르펜’은 호르몬 분비를 돕고, 파란 청태콩에 함유된 ‘레시틴’은 뇌를 활성화시킨다는 것은 입증된 사실이다.
송편은 지방과 시기, 재료에 따라 다양한데 조개 모양의 조개송편, 조그만 골무송편, 색스럽게 빚은 오색송편, 꽃 모양을 붙인 꽃송편 등과 재료에 따라 칡송편, 송기송편, 모시송편, 쑥송편, 감자송편 등이 있다. 또 추석뿐 아니라 2월 초하루, 속칭 노비일에 농사를 시작하는 머슴들을 격려하기 위해 주먹만한 노비송편을 나이 수만큼 만들어주었고, 아이의 백일상에도 속이 꽉 찬 사람이 되길 기원하며 오색송편을 올렸다.
이름대로 송편은 연한 참솔잎을 사용해 켜켜이 넣고 찐다. 올 추석엔 직접 손바닥 굴리고 굴려 새알(鳥卵)을 빚어 손가락 끝으로 낱낱이 조개 입술 한 번 붙여 보시지요. 솔잎 향 배어들어 은은하고, 멥쌀의 쫄깃한 질감과 함께 밤, 콩, 팥, 깨 등 각양각색의 소를 맛보는 재미가 한층 더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