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있으면 겨울 방학이 시작된다. 겨울 방학을 마치면 일주일 남짓 학교를 다니다가 학년을 마감하는 종업식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교사들은 겨울방학이 시작되기 전에 사실상 교육과정을 마감하는 마음으로 정리를 해야 한다. 성적처리, 각종 장부정리, 교육과정 반성 등 방학 준비와 함께 할 일이 많다. 그 와중에 겨울방학 기간 동안에 실시하는 겨울학교 개설을 위한 희망자 신청서를 받았다.
겨울(여름)학교는 여건이 열악하고 학교 이외에서 교육의 혜택을 거의 받을 수 없는 농어촌 지역 초중학생들에게 학교 내에서 방학 동안에 학력을 보충해 주려는 의도로 실시하는 전라남도 교육청의 특색 사업이다. 운영시간은 60시간이며 시간당 1만5천원의 강사비를 지급 받는다. 특히 강사는 지역출신의 대학생 강사를 씀으로써 후배들에게 봉사활동과 함께 학비를 조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도 한다. 도교육청에서도 강사요원을 대상으로 프로그램 안내, 교수학습 방법 교재활용 방법 등을 사전 연수를 실시하며 최선을 다하하는 모습이다. 그 동안은 명칭을 ‘기초기본학력반’이라 하여 자칫 학습부진아반을 연상케 했으나 ‘겨울(여름)학교’로 명칭을 개정 하였으며 학력보충뿐만 아니라 학교마다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반 편성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인원이 되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아이들이 신청서를 내지 않았다. 이유인즉 부모님께서 ‘방학은 쉬라는 방학이다’ 라고 건전하게 생각 하시는 분도 있었지만, 알아본 결과 대부분 방학 중에 학교는 쉬어도 학원은 꾸준히 나갈 계획이어서 ‘겨울(여름)학교’ 개설의 취지를 무색케 하였다.
아이들이 학교는 쉬어도 학원은 쉴 수 없는 방학이 된 것이다. 언제부턴가 학교는 이처럼 학부모와 학생에게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자못 걱정스럽다. 아니면 방학 중에라도 학원을 다니지 않으면 남에게 뒤쳐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아이들을 학원으로 내모는 것일까? 아이들은 사설학원에서 공부하고 국가에서 인정하는 교육기관에서 시험을 치르게 된 것이다.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입시학원, 각종 자격증 취득이나 취직을 위한 학원, 고시학원, 등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인까지도 모든 공부를 학원에 의존하고 있는 사회 분위기다.
물론 학원에서는 많은 정보와 자료를 제공하며 학생들을 효율적으로 지도한다. 그러나 창의적 사고력 개발과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과는 무관하게 성적향상에만 그 목표를 두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학원에 의존하며 공부했던 아이들 가운데에는 대학 진학 후에도 학원과외를 계속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문제가 심각하다는 생각이 든다. ‘학원 중독증’이란 말까지 생겨난 걸 보면 우리 아이들이 지금 학원에 공부를 너무 많이 의지하고 있는 것 같다.
결국 어른들의 잘못으로 아이들이 멍들어 가고 있다. 그럴수록 학교는 학교의 본분을 지켜야 한다. 참다운 인간 교육으로 아이들이 꿈을 갖고 키우는 학교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