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모 일간지에서 다음과 같은 칼럼을 보았다. "어느 교장 선생님은 '요즘 아이들은 빗자루를 거꾸로 들고 할 만큼 청소하는 법을 모른다'는 실상을 털어놓았고, 교육 당국은 '젊은 교사들도 집에서 안 해 봐서 그런지 청소를 잘 못하는 사람이 많다'며 예산 지원의 불가피성을 호소했다고 한다. 실제로 대도시 상당수의 학교가 교실이나 복도 정리 등 ‘간단한 청소’는 학생들에게 시키지만 화장실과 급식시설 등 ‘궂은 청소’는 학생과 학부모의 반발이 커 아줌마나 용역업체에 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 소위원회에서 교육인적자원부의 ‘깨끗한 학교 만들기’ 예산이 논란이 됐다고 한다. 정부가 5876개 초중고교에 학교당 1명의 청소인력 비용을 지원해 학생들 대신 용역업체에 청소를 맡길 수 있도록 238억여 원을 지원해 달라고 해 일부 의원이 이의를 제기했다는 내용이었다. ‘청소도 교육의 일종’이라는 주장과 ‘학생들이 집에서도 청소를 안 해 봐서 청소할 줄을 모른다’는 현실론이 맞섰다는 것인데...
옛날 초등학교시절에는 주번의 권한이 대단했다. 주번에게 걸리면 꼼짝없이 기합을 받기도 했으며, 때로는 선생님에게 매를 맞기도 했다. 6학년이 되어서 주번장이라는 직책을 맡으면 그 권위는 하늘을 찌를만큼 높아졌다. 전교생들이 다 알아볼 정도였다. 매주 주훈을 발표하고 교사를 대신해서 교내 순시를 했다. 그 당시에 초등학교는 주번과 당번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초등학교 주번은 중, 고등학교의 선도부역할과 같은 것이었다.
그것이 중학생이 되면서 각 학급의 주번이라는 것으로 바뀌었다. 알고보니 초등학교때의 주번역할이 아니고 그냥 학급의 뒷일을 모두 맡아서 하는 것이었다. 매일같이 주번교사가 학급의 청소상태를 점검하고 잘못된 것이 있으면 끝까지 완료해야 귀가할 수 있었다. 세월이 흘러 교직에 들어섰을때도 여전히 주번은 존재했다. 매일같이 주번조회와 주번종례를 실시했던 것이 그리 오래된 이야기가 아니다. 이제는 주번교사라는 것은 사라졌지만 학급의 주번은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
그런데 명칭은 변하지 않았지만 실로 주번의 역할은 너무많이 변했다. 예전과는 비교하기 어렵더라도 최소한 주번교사제도가 없어지던 때(약 7-8년전)에 비해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자발적으로 책임을 완수하는 모습은 정말 찾기 어렵다. 억지로 하는척만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청소가 끝날때까지 남아서 뒷정리를 하는 경우가 서서히 감소하고 있다. 청소당번도 마찬가지이다. 학생들 청소를 지도할려면 정말이지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시간은 시간대로 소비하고 청소는 청소대로 부실하기 때문이다.
앞에서 지적된 것처럼 요즈음 학생들은 청소하는 법을 모르기도 하지만 할려는 의지가 정말 부족한 것 같다. 버리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교육부에서 궁여지책으로 청소용역을 들고나왔다는 생각이다. 현재도 많은 학교에서 화장실청소는 용역을 주고 있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매주 2-3회의 청소를 용역업체에 맡기고 있다.
이런 사정때문에 학생들은 청결에 대한 의식이 점점더 부족해지는 것 같다. 또한 집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반 아이들에게 물었더니, 자기방을 자기가 직접청소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특히 남학생들의 경우가 더 심했는데, '엄마가 청소해야 하니까 나가있어라.'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한다. 가정에서도 잘 안되니 학교에서 잘 될리 없다. 청소하는 방법을 몰라서 시간만 보내는 것이라는 지적도 어느정도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청소는 매우 훌륭한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사정이 어려워도 최소한 자기교실청소는 학생들 스스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서로돕고 협동하면서 청소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학급의 소중함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청소하기 어렵다는 것을 느낄때 스스로 청결해야 한다는 의식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대가 변했기에 예전처럼 솔선하여 청소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해도 최소한의 교육적인 측면에서의 청소는 필요하다고 본다.
학교는 공동체이다. 혼자만 잘하면 되는 가정과는 다르다. 청소는 주변을 정리하고 공동체의식을 갖도록 하는 매우 좋은 수단이다. 최소한의 기본은 학교에서 갖추도록 해야 한다. 학생들이 성장하여 성인이 되었을때에 청소한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것을 실천하는 것이 교육의 궁극적 목표가 될 수도 있다고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