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교에 5년 근무하는 동안 한번은 비담임을 할 수 있도록 담임 안식년제를 도입해 주십시오.'
내년도 교육과정을 편성하기위해 교원들을 상대로 의견 조사한 내용 중 건의사항으로 가장 많이 올라온 내용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담임을 15년동안 개근했다는 선생님들이 대다수 있고, 심지어는 20년 교직생활동안 부장교사를 5년했는데도 담임을 개근했다는 선생님들도 간혹 있다. '이제는 정말 단 1년이라도 비담임을 해보는 것이 소원이다. 매너리즘에 빠져 아이들한테 간혹 소홀히 하는 경우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교사들이 많이 있다.
매너리즘(mannerism)이란, '일정한 기법이나 형식 따위가 습관적으로 되풀이되어 독창성과 신선한 맛을 잃는일, 또는 그러한 경향.'으로 정의 되어진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말이 모두 맞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통하는 부분도 있다는 생각이다. 하기야 20년동안 쉬지않고 담임을 해왔으니 그럴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방학을 앞두고 실시된 방학준비 직원연수시간, 내년도 교육과정편성을 위한 설문조사에서 건의사항으로 나온 몇가지를 교장선생님이 설명을 했다. 그 중에서 담임안식년제 도입에 관한 내용을 교장선생님은 다음과 같이 설명을 했다. '담임 안식년제, 정말로 꼭 필요합니다. 쉬지않고 담임을 하다보면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합니다. 저도 교사 시절에 가끔은 비담임을 하고 싶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교장이 되고 보니 그것이 그리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선생님들, 칠판을 보아 주십시오. 비담임을 하고 계신 선생님중에 담임을 해도 되는 선생님을 찾으셨습니까? 여러가지 여건상 도저히 담임을 하기 어려운 선생님들만 보이실 것입니다. 저기 비담임을 맡고 계신 선생님들은 인사자문위원회에서 결정한 선생님들입니다. 인사자문위원회의 의견을 존중했습니다.'
'앞으로 어느해가 되던지 담임안식년제를 실시할 수 있는 여건이 되면 꼭 실시하겠습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정말 어렵지 않습니까? 보시는 그대로 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담임안식년제를 할 수 있으면 저도 하고 싶습니다. 꼭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여건이 문제이지요.'
그렇게 많은 교사들이 원했던 담임 안식년제였지만 어느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아니 반론을 제기할 수가 없었다. 교장선생님 말씀대로 학교여건이 눈에 모두 보이는데, 어떻게 반론을 제기할 수 있겠는가. 모두 학교의 여건상 어쩔 수 없이 비담임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부장교사라고 비담임이 된것은 더욱더 아니다. 부장중에서도 상당수가 담임을 맡고 있다. 그럼에도 담임을 할 자원이 부족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학교현장의 현실이다.
교장선생님이라고 교사들의 애로사항을 모를리 없다. 그도 교사출신이고 오랫동안 담임을 해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교사들의 요구를 모두 들어줄 수 없는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은 교장선생님도 교사들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겉으로 표현을 하지 않을 뿐이다. 어떻게 하면 교사들에게 잘 해 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우리학교 교장선생님은 '항상 교사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해소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교장인 저를 믿어 주십시오. 며칠동안 고민하면서 잠을 설치는 일도 많습니다. 제가 왜 선생님들의 애로사항을 모르겠습니까?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하는 교장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직원연수를 마치면서 하신 교장선생님의 마무리 말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