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당국 `수능 부실 감독관 감싸기' 말썽" 1월 8일자 연합뉴스 기사의 타이틀이다. 사연인 즉 이렇다. 서울의 한 고교 3학년생인 홍모군은 지난해 11월 양재고등학교 3층 교실에서 3교시까지 무난하게 수능시험을 치러 최상위 등급을 받았으나 마지막 4교시 시험 성적은 모의고사보다 크게 떨어졌고 이는 감독관 김모 교사의 잘못에 따른 결과라고 홍군의 부모는 8일 주장했다. 홍군이 3교시 외국어(영어)영역 시험을 치른 뒤 쉬는 시간에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1층 시험통제본부로 김교사에 의해 불려 내려가 시험 답안지를 재작성한 후유증으로 평소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나중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감독관이 답안지의 감독관 확인란에 날인을 해야 하는데, 이를 잘못하여 결시자 확인란에 날인을 했기 때문에 답안지를 다시 작성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수능 감독관을 수차례 해왔던 교사들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해당학생이 이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하고 자신의 잘못인지, 감독관의 잘못인지 모른상태에서 답안을 재작성 하여 심리적 부담감으로 인해 다음교시의 시험을 잘 못 봤다는 주장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수능시험처럼 하루종일 긴장의 연속인 상태에서 시험을 보는 경우 충분히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었다고 본다.
감독교사도 그러한 실수를 할 가능성이 있고, 해당학생도 그 영향을 받을 개연성이 충분히 있지만 문제는 이를 두고 교육부 관계자가 한 발언이다. '감독관 교사가 답안지에 날인을 잘못했더라도 학생에게 아무런 불이익이 없다. 그럴 경우 답안지를 재작성토록 하는 지침이 없다. 당혹스럽다. 재발 방지를 위해 사례집을 발간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한 부분이다.
그동안 수차례 수능감독관을 해왔지만, 교육부 관계자의 말처럼, 교사가 답안지에 날인을 잘못했더라도 학생에게 아무런 불이익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그렇다면 시험을 실시하기 전에 두 차례씩이나 감독관 회의를 하면서 왜 이런 이야기가 없었느냐가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교육부 관계자의 이야기처럼 '당혹스럽다'는 표현을 사용할 정도면 감독관은 당연히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뜻인데, 들은적이 없다.
날인을 잘못하면 해당답안지가 무효처리되는 것으로 감독관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사정이 이러니, 감독관으로 참여한 교사가 날인을 잘못하면 큰일 나는 것으로 알고 해당학생을 불러 답안지작성을 다시 하도록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감독관으로써 의무를 다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학생에게 불이익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답안지를 다시 작성하라고 할 교사가 누가 있겠는가. 더우기 감독관 날인을 했다면 그 교사는 고등학교 교사일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이 책임은 감독관인 김교사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서울시교육청과 교육부의 잘못이 더 크다. 김교사는 감독관의 임무를 철저히 이행한 잘못밖에 없다. 리포터처럼 해당학생에게 불이익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김교사의 입장에서는 날인을 잘못한 사실을 알고 다시 작성하도록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런 경우를 대비해서 감독관 교육을 좀더 철저히 하지 못한 서울시교육청과 교육부가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본다.
어쨌든 본의아니게 피해를 당한 해당학생에게는 치명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모든 것을 감독교사인 김교사에게 돌리는 것은 김교사에게도 치명적인 사건이 될 수 있다. 감독관 역할을 열심히 했는데, 징계를 받는다는 것은 같은교사로써 역시 당혹스럽다. 더 큰 문제를 일으킨 교육행정기관의 잘못부터 따져야 옳다고 생각한다.